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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요우커]8. 10년 경력 가이드의 장탄식 "돈 뽑으려면 딴짓 안할수 없죠"

최종수정 2014.12.04 14:02 기사입력 2014.11.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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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8. 관광객 한명당 40만원이 빚

여행사들 저가 덤핑상품으로 경쟁
70만원 받을 걸 30만원만 받아
나머지 부담은 가이드가 떠안는 격

식대·숙박비·톨비·버스기사 팁등
가이드가 선결제 후 여행사로 청구
2~3개월 밀리는 경우도 허다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 관광객들이 마중나온 관광가이드를 따라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 관광객들이 마중나온 관광가이드를 따라가고 있다.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말이 좋아 민간외교관이지 우린 노예예요, 노예. 쇼핑 강매라고들 하는데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손님들한테 하나라도 더 사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현재의 덤핑관광으로는 중국 단체 관광 증가 추세도 오래 가지 못할 겁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10년 경력의 가이드 B씨는 장탄식을 내뱉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만족도 저하의 주범으로 가이드가 꼽히는 것에 대한 '억울함'과 지속되기 어려운 저가 덤핑관광에 쏠려 있는 중국인 단체관광시장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었다.

우선 그는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를 전담하는 여행사들의 과다 경쟁이 현재의 '마이너스투어'시장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단체 관광은 중국 현지 여행사들이 요우커를 모객하면 한국의 전담여행사들(랜드사)이 한국에서의 투어를 책임지는 식이다. 항공료와 숙박비, 식대, 입장료 등 여행경비(지상비)는 전담여행사들의 치열한 경쟁 탓에 점점 줄어들다가 '제로(0)'로 결국 지금은 관광객당 돈을 더 얹어주는 '마이너스투어'로 바뀌었다. 결국 요우커가 면세점과 인삼과 각종 건강식품 판매점 등에서 돈을 쓰지 않으면 전담여행사는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 것이다.
또 가이드들이 단체관광객들의 숙박비나 식대 등을 먼저 결재하고 추후에 여행사로부터 그 돈을 받는 게 관행이 된 지 오래다. 여기에 프리랜서로 뛰는 가이드들은 고정수입 없이 관광객들의 쇼핑 판매수수료가 본인의 수입이 되다 보니 쇼핑 매출이 '능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원가가 있는데 처음부터 마이너스로 시작하기 때문에 쇼핑에서 그만큼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이렇다 보니 마이너스로 시작한 단체관광객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당연히 쇼핑이 될 수밖에 없다. 4박5일 중 많게는 이틀, 적게는 하루가 온전히 쇼핑으로 일정이 짜인다. 한두 시간 간격으로 5~6개의 판매점을 도는 식이다. B씨는 "4박5일 중 유일한 관광지가 경복궁과 청와대 민속박물관이고 여기서 더 간다고 하면 입장료가 없는 남산골한옥마을이나 북촌으로 간다"며 "나머지는 모두 쇼핑인데 그 사람들이 또 오고 싶겠나"고 꼬집었다.

중국어와 영어 관광통역안내사 현황.

중국어와 영어 관광통역안내사 현황.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가이드) 합격자수는 1268명. 오는 26일 예정된 하반기 최종 면접에서도 최소 1000명의 합격자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 해만 2000명이 넘는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가 가이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셈이다. 저가 덤핑관광이라는 취약한 상품 구조속에서 요우커들 급증하면서 중국어 가이드의 인기가 높지만 반면 무자격자가 판을 치고 매년 정식 가이드도 크게 늘어나 자격증이 있어도 일감이 없어 놀고 있는 가이드가 수두룩하다. 가이드들은 "매출로 '능력'을 평가받는 이 바닥서 '간택'되려면 관광안내정보 등 가이드의 원래 역할보다 매출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혀를 내둘렀다.

중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가이드들의 입을 통해 가이드와 여행업계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여행사는 약장수를 원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30년 경력의 가이드 C씨는 저가 단체관광객을 받아서 랜드사가 수입을 챙겨야 하는 구조 탓에 요우커들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관광을 했는지'보다 '얼마나 쓰고 갔는지'가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가이드의 능력도 '매출'로 평가된다고 했다.

C씨는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하는 가이드는 월급이라는 개념이 없다"며 "쇼핑에서 알아서 남겨 돈을 가져가라는 것"이라고 자신들의 수입 구조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행사가 요구하는 판매액을 채우지 못하면 능력 없는 가이드가 된다"며 "이런 경우가 두어 번 계속되면 더 이상 그 여행사를 통해 팀을 받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여행사는 가이드가 아니라 약장수가 필요한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사들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이 없는 가이드들을 모른 척한다. C씨는 "여행사는 판매액이 중요하지 자격증 유무는 중요치 않다"며 "활동하는 가이드의 절반은 무자격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W여행사의 G부장도 무자격 가이드의 활동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여름 이후 단속이 심해져서 요새는 (자격증 소지 유무를) 많이 따진다"면서 "지난해만 해도 반반 정도였지만 지금은 80%가 유자격 가이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판매)을 잘하는 가이드는 자격증이 없다고 해도 쓸 수밖에 없다"며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느냐"고 반문했다.

관광통역안내사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 3월까지 전국에서 총 232건의 여행사가 무자격자 고용에 따른 행정처분을 받았다. 무자격자 단속은 주로 관광경찰대가 실시해 해당 지자체가 행정처분을 내린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중 90% 이상이 중국어 가이드로 인한 행정처분"이라며 "올해 2분기에 단속이 강화돼 현재 시점의 행정처분 건수는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수수료로 먹고 사는데 부진하면 벌금= 가이드들은 주로 여행사가 지정한 면세점과 건강식품(인삼·헛개나무 등), 화장품 판매점으로 요우커를 이끌고 간다. 여행사가 정한 판매점에 데려가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여행사들이 이들과 '판매수수료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판매점들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떼서 여행사와 인솔 가이드에게 직접 송금한다. 일반적으로 면세점보다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판매점이 수수료가 더 높다. 또 여행사는 판매점과 판매수수료 이외에 인센티브 계약을 맺기도 한다. 판매수수료는 매번 매출 발생 시 일정 비율을 주는 것이고 인센티브는 목표금액 달성 때 주는 장려금이다.

하지만 가이드의 몫은 여행사보다 늘 적다. 가이드 C씨는 적게는 판매 수수료의 10%도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사람들은 판매수수료를 우리(가이드)가 다 챙기는 줄 알지만 쥐꼬리만큼이 우리 거예요. 면세점은 우리가 가져가는 비율이 높은 편이죠. 헛개나무는 9대 1 정도밖에 안 돼요."

가이드들은 요우커들이 물건을 많이 사지 않을 경우에도 벌금을 낸다고 했다. C씨는 "단체 관광객의 쇼핑 금액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면 손님 머릿수를 계산해서 1명당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까지 돈을 뱉어야 한다"며 이를 가이드들 사이에선 '인두세'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 후배는 1인당 마이너스 40만원짜리 4박5일 팀을 인솔하고 나서 180만원을 각종 벌금으로 냈다"고 덧붙였다.

또 버스운전 기사에게 하루에 2만원을 주는 팁도 가이드의 몫이다. 관행처럼 굳어진 비용인데 이마저도 버스기사가 싫은 내색을 하면 더 얹어줄 수밖에 없다고. 지방에 가는 경우 가이드와 버스기사의 방이 달랑 1개인 경우도 있다. 남성 가이드의 경우에는 같이 방을 쓰기도 하지만 여성 가이드는 방을 추가로 구해야 한다. 이때 버스기사의 숙박비는 대부분 가이드가 부담한다.

◆한 달에 1000만원, 일단 빚지고 시작= 적은 판매수수료와 각종 벌금에도 가이드들은 쉽게 이 일을 떠나지 못한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1000만원 이상 여행사로부터 받을 돈이 묶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단체 요우커들이 먹고 자는 돈은 가이드들의 주머니에서 먼저 나간다. 가이드들이 우선 숙박비와 식대, 입장료 등을 결제한 뒤 여행사에 청구하는 식이다.

가이드 B씨는 "처음에는 일이 끝나고 한 달 뒤에는 돈을 줬는데 이게 2개월, 3개월로 미뤄지더니 지금은 6개월까지 지급 시점이 미뤄졌다"며 "여행사마다 다르지만 6개월 정도의 돈을 아직 주지 않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다 여행사가 문을 닫으면 물려 있는 돈이 다 날아간다"고 덧붙였다.

5년 경력 가이드 K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0월 한 달간 4박5일 일정의 단체 관광객 4개팀을 받았다. 그가 지상비로 쓴 돈은 약 1000만원. 숙박비는 여행사에서 따로 정산하기 때문에 부담이 덜 했다는 K씨는 "20명 단체 한 팀의 경우 하루 6000원짜리 밥을 세끼 먹으면 36만원인데 5일이면 180만원이다. 여기에 톨게이트비까지 포함하면 200만원은 훌쩍 넘는다"고 설명했다.

요우커를 인솔하면 빚잔치부터 시작하니 K씨의 눈에는 관광객의 연령별, 성별, 지역별 씀씀이가 훤하다. 그가 선호하는 팀은 30~50대 여성이 많은 팀이다. 그는 "30~50대가 구매력이 높고, 여성들이 쇼핑을 잘한다"며 "지앙시(江西)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대체로 좋고 동부는 면세점, 광저우(廣州) 쪽은 인삼이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2개팀은 좋았고 2개는 별로였어요." '좋은 팀'과 '나쁜 팀'을 골고루 받아 수입이 좋았다는 그는 지난달 약 22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4박5일 팀을 4개 받았으니 약 20일을 일한 셈이다. 보통 아침 8시부터 일정을 시작해 오후 11시에 일정이 끝났다. 하루 15시간을 일한 셈인데 시급은 7000원이 조금 넘는다.

◆저가 덤핑관광 이대론 안 돼= 가이드로 5년여를 일하다 2년 전부터는 여행사에서 근무를 시작한 G부장은 "진짜 판을 다시 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구조로는 3~4년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현재 30만~40만원 정도인 비용을 정상가인 70만~80만원으로 올리면 요우커가 급감할 것"이라며 "하지만 저가 덤핑관광으로는 3~4년을 가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신분 노출을 극히 꺼리면서도 "대한민국의 여행의 곪은 점을 좀 더 일찍 알렸어야 했다"며 말을 시작한 가이드 B씨도 "현재 구조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수요는 한정적인데 랜드사는 너무 많아 정상적인 가격이 형성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여행사를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180여개의 여행사가 있는데 너무 많다. 여행사 허가를 너무 쉽게 내주니까 오늘 망가지면 내일 또 하나 내면 된다. 일 투어, 이 투어, 셋 투어 이런식으로 자기 혼자 여행사 여러 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여행사를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걸리면 벌금 내고, 벌금 낼 돈이 없으면 문 닫고 이러면 방법이 없다."

가이드 C씨는 무자격 가이드들에 대한 단속 강화와 함께 자격증 취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얼마 전에 한 중국 동포가 잠시 한국에 와서 시험 보고 자격증을 따고 갔다고 들었다"며 "이 사람은 나중에 3개월 비자로 오면 가이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이드는 넘치는데 유자격자가 매년 2000명 이상 나온다"며 "취득 자격을 거주 5년 이상 이렇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지속적으로 관광통역안내사의 수를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현재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는 총 645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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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취재=주상돈ㆍ김민영ㆍ김보경 기자 don@
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통역=최정화ㆍ옌츠리무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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