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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요우커]5-① 우르르 '깃발관광' 싫증…서울 발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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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5. 도시 구석구석 누비는 '요우커 배낭족'

직장女 10명 끼리끼리 서울투어
호텔 근처 죽집에서 아침먹고
가로수길 카페서 와플 즐겨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직원으로부터 길 안내를 받고 있다. 최우창 기자 smicer@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직원으로부터 길 안내를 받고 있다. 최우창 기자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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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요우커의 방한이 크게 늘면서 단체여행의 일원으로 빡빡하게 짜인 일정을 소화하기보다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소규모로 오붓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개별여행이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호텔 예약 사이트인 호텔스닷컴이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 추세를 분석한 결과, 요우커 10명 중 6명은 단체여행보다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4402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유형 조사에서도 개별여행(53.8%)이 단체여행(42.8%)보다 11%포인트 더 높았다. 자유여행 온 요우커들에게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재방한 요우커들 단체보다는 자유여행= "10년 전 단체여행으로 한국에 왔을 때는 버스 타고 이동하는 시간만 길고 제대로 구경을 못했어요. 이번 여행은 가족끼리 여유롭게 움직이고, 다리가 아프면 느긋하게 커피 한 잔도 마실 수 있어서 좋네요."

지난달 28일 남산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이모(54ㆍ여)씨는 이번이 두 번째 한국 여행이다. 이전에 한국 단체여행을 했다가 썩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이번에 개별여행을 선택했다. 그는 "우리 딸이 모든 일정을 계획했다. 난 그냥 몸만 따라 왔다"고 흐뭇하게 말했다. 딸 황모(22)씨의 손에는 삼성 로고가 박힌 은색 태블릿PC가 들려 있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자 여행 일자와 시간대별로 가야할 관광지와 맛집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황씨 역시 한국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친구와 함께 3일 동안 자유여행을 했다. 최근 한 항공사 내근직에 취직해 부모님을 위한 '효도여행'으로 다시 한국을 택했다. 황씨는 "강남역, 이태원, 홍대 등 평소 가보고 싶었던 서울의 명소를 구석구석을 돌아볼 것"이라며 들떠있었다. 실제 취재 현장에서 만난 요우커들은 이들 가족처럼 한국 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을수록 재방문할 때 개별여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광동성(廣東省) 광저우(廣州)의 한 제약회사에 다니는 장모(34ㆍ여)씨는 동료 9명과 함께 지난달 21일부터 4일간 서울 투어에 나섰다. 20~30대 여성들로 이뤄진 이들은 중국 여행 사이트 '투니우왕'과 각종 여행용 책자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장씨 일행이 둘째 날 가장 먼저 찾은 장소는 신사동 가로수길. 이들의 첫 가로수길 탐방에 동행했다.
서울 도착 다음 날 장씨 일행은 숙소인 명동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 근처 죽집에서 오전 11시 느지막이 아침을 해결하고 운동화와 캐주얼 차림의 편한 복장으로 호텔을 나섰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 일행 중 백모(26ㆍ여)씨는 빨간색 야구모자에 백팩을 매는 등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무한도전' '런닝맨' 등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푹 빠져있었다. "대박" "멋있어" "장난 아니야" 등 독학으로 배웠다는 한국어를 상황에 맞게 재치있게 구사하기도 했다. 유재석과 빅뱅의 팬이란다. 그는 전철역에서 배우 하지원이 모델로 출연한 광고를 가리키며 "드라마 '기황후'에서 본 것 같다. 너무 예쁘다. 한국 여자 연예인들은 다 예쁘게 생겼다"고 찬사를 쏟아냈다.

◆쇼핑 땐 상전, 택시ㆍ포차선 푸대접?= 순조로울 줄 알았던 장씨 일행의 자유여행은 1회용 교통카드 자동발매기 앞에서 가로막혔다. 안내 멘트가 중국어로 변환돼 음성 서비스가 나오자 이들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승차권을 살 수 있겠다"고 좋아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승차권을 발매하려면 도착할 역을 선택해야 하는데 역 이름만은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나온 것이다. 신사역의 경우 'Sinsa'라는 영문 단어를 알아야 선택할 수 있었다. 이들은 곧장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소 불편한 지하철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장씨는 이같이 답했다.

"아무리 번거롭더라도 저는 해외 여행할 때 지하철을 한 번쯤은 이용해요. 지하철을 타면 그 나라의 참문화와 국민들의 교육 수준을 파악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노인ㆍ임산부 좌석에 젊은이들이 앉아 있는지, 자리를 양보하는지 볼 수 있어요. 지금 보니 노약자를 위한 좌석이 비어 있어도 한국 젊은이들은 앉지 않네요. 좋아 보여요."

가로수길에 도착한 이들은 대형 생활용품점으로 가장 먼저 들어섰다. 차를 마실 때 티백을 고정시킬 수 있는 티피싱을 구입하고, 상점 안에서 DSLR 카메라와 아이폰으로 연신 '인증샷'을 찍어댔다. 이곳은 원래 사진 촬영이 허락되진 않았지만 직원들은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요우커를 위한 특권인 셈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옷가게와 액세서리 상점을 들르고, 2층 카페에서 차와 와플도 즐겼다. 이들은 "옷가게에 상품 진열을 멋지게 해놨다" "명동보다 북적이지 않아서 좋다" "이 동네 카페 분위기가 참 좋다. 드라마에서 본 것 같다" 등의 소감을 전했다. 커피를 마시던 백씨는 한국인들의 지나친 친절로 인해 웃지 못할 경험도 했다고 말했다.

"어제 신라면세점과 동대문 쇼핑몰 매장에 가서 물건을 고르고 점원에게 '얼마에요?'라고 한국말로 물어봤어요. 한국어 대답을 들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매번 중국말로 얘기해주더라고요. 이참에 한국어 회화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조금은 실망했어요."

옆에 있던 장씨는 여행 중 불편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어제 명동의 한 포장마차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었는데, 주인이 내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거스름돈을 주지 않았다"며 "한국 포장마차는 거스름돈을 주지 않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택시를 타고 요금을 냈는데 택시기사가 잔돈을 거칠게 툭 건네는 바람에 기분이 상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일본어를 쓸 줄 아는 중국인 친구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 친구가 한국에서 일본어로 말할 때와 중국어로 얘기할 때 상대방의 태도가 달랐다고 하더군요. 중국인보다 일본인에게 더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어요."
5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최우창 기자 smicer@

5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최우창 기자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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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 자유여행족, 눈 반짝이게 만드는 건? = 지난달 28일 남산 N서울타워 인근에서 만난 베이징에서 온 왕모(27ㆍ여)씨는 "드라마 촬영장소를 보기 위해 직장에 휴가를 내고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남산과 얽힌 TV프로그램을 줄줄이 꿰던 왕씨 일행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남녀 주인공이 남산 케이블카에서 사랑고백을 했죠. '삼순이 계단'도 유명해요. '내 이름은 김삼순' 마지막 장면에서 현빈과 키스신을 찍은 곳이잖아요." "'우리 결혼했어요'도 남산을 배경으로 여러 번 촬영했어요. 닉쿤과 빅토리아가 사랑을 약속하면서 자물쇠를 잠그던 모습이 기억나요. 우리도 이따가 똑같이 따라해 보려고요."(웃음)

패션업에 종사하는 황모(43)씨와 유모(45)씨. 지난달 21일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만난 이들은 원하는 옷과 가방을 구매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주로 명품 브랜드 상품을 사고, 피부 미용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고 했다. 황씨는 "한국은 지금껏 10번도 넘게 왔다. 평균 10만위안(약 1800만원)을 쓰고 간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국을 쇼핑지로 삼은 이유는 명확했다.

"중국 백화점에도 해외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지만 한국 백화점이 옷 디자인도 다양하고 선택폭이 넓다. 또 한국은 내가 사는 지방보다 북쪽에 있어서 겨울시즌에 맞춰 나온 신상품을 먼저 살 수 있다. 아마 보름쯤 지나야 겨울용 옷과 가방이 들어올 거예요. 한국에서 사가면 새로운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구입할 수 있는거죠."

반면 동갑내기 친구 3명과 명동 에비뉴엘에서 쇼핑을 하던 이씨(29ㆍ여)는 "우리는 '이성소비자'"라고 말했다.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저곳 다니면서 가격을 비교해봐요. 쇼핑하러 홍콩도 자주 가는 편이에요. 같은 상품인데 홍콩 백화점에서 더 싸게 팔기도 하고, 때론 한국에서 더 저렴하기도 하죠."

남대문시장도 요우커들이 배낭여행 지역으로 꼽는 곳 중 하나다. 남대문시장의 한 홍삼 가게 앞에서 만난 장모(25)씨는 "여행 책자를 보니 여기가 한국 서민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장소라고 소개했다"며 "전통시장에서 그 나라 서민들의 일상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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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취재=김보경ㆍ김민영ㆍ주상돈 기자 bkly477@
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통역=최정화ㆍ옌츠리무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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