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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황미숙, '나눔의 시초' 붓다와 춤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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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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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고행과 번뇌, 무용으로 만나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몸으로 느끼는 '자아', 춤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어요. 그런 찰나에 '나눔'의 시초가 누굴까 궁금했죠. 찾아보니 2600년 전 붓다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어요. 불자가 아니었는데, 붓다를 연구하고 안무와 공연을 만들어가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지요."
현대무용극에선 보기 드문 소재인 부처의 일생을 다룬 작품 '붓다, 일곱 걸음의 꽃'이 올해도 어김없이 앵콜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2년 국립중앙박물관 용에서 초연한 이 무용극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전석 매진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국내 무용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이 작품은 감각적인 동양 의상과 단순하고 간결한 무대미술, 서양악기와 법경의 조화, 오랜 시간 작업해 온 구성원들의 단합으로 무장한 무용극이다.

최근 서울 인사동 한 커피숍에서 이 작품을 기획한 황미숙 예술감독(53ㆍ여)을 만났다. 황 감독은 요즘 서울ㆍ경기권 소재 사찰을 탐방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많게는 하루에 20여 곳의 절을 들른다. 공연 홍보차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수행을 쌓는 과정이라고 한다. 지난 2월 주연 무용수 캐스팅을 시작으로 8월까지 공연을 준비한 후, 9월부터선 직접 감독이 나서서 공연을 알리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며 맺게 된 인연들이 절을 더욱 찾게 했다. 작품을 위해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수많은 사찰을 다니면서, 안산에서 스리랑카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스님 등 타인을 돕는 이들을 만나게 됐다. 그는 "작은 절일수록 따뜻한 인심과 정이 넘쳐났다"고 했다.

그 역시 12년째 학교폭력으로 상처 입은 청소년들을 위한 무용 프로그램으로 봉사하면서 '나눔'에 대한 생각이 커져갔다. 피해 학생을 치유하기 위해 대안학교에서 무용 수업을 했다. 이후 청소년보호감찰소에선 가해학생들의 정서순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게 어른들이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해요. 몸을 쓰는 예술로 자기를 발견하고, 삶에 변화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는 "이 작품 역시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부처를 통해 '나눔'과 '비움'의 사회적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 감독이 이끄는 무용단체 '파사(婆娑, 춤추는 소매가 가볍게 나부끼는 모양) 무용단'은 그동안 청소년, 불교 그리고 환경을 주제로 한 독특한 무용극을 선보여 왔다.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고 뒤늦게 작품발표를 시작하면서도 매년 신작을 보여주고 있는 감독의 열정과 창의성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붓다, 일곱 걸음의 꽃'은 석가모니가 태어난 직후 동서남북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어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게(偈)를 외쳤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인간 '붓다'가 생로병사에 대한 고민과 함께 가족과 명예, 권력을 내려놓고 극복한 고행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현대무용극이지만 한국무용을 가미한 무용수들의 몸짓이 동양적이면서 전통적인 선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종교적 색채는 현대무용에 담기 어렵다'는 한계를 깼다는 평가도 받았다. 올해 공연은 오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에는 총 18명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붓다'역으로 새롭게 무용가 오창익이 출연한다. 황 감독은 "붓다의 고행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몸짓, 섬세하면서도 거친 에너지를 발휘하는 역할이다"라며 "오창익은 감정선을 잘 조절할 줄 알고 집중도가 뛰어난 무용수"라고 평했다. 또한 '관세음보살'로 역을 맡는 무용가 이윤희에 대해 황 감독은 "여성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려 했다"며 "상처와 아픔으로 점철된 인생 속에서도 세상을 품는 보살로서의 역할을 이윤희의 특출난 테크닉과 표현력이 소화해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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