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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점룡의 골프세상] "너무 산만한 골프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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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앙챔피언십 3라운드 경기 장면.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에비앙챔피언십 3라운드 경기 장면.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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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골프세상'이다.

국내 투어는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1년 내내 이어지는 프로골프투어를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TV중계는 특히 대회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동시에 아마추어골퍼가 배워야 할 다양한 부분을 가르치는 역할도 수행한다. 하지만 방송을 볼 때마다 불편한 부분이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오죽하면 "무음으로 해놓고 화면만 본다"는 시청자가 있을까.
먼저 감탄사다. 주로 '나이스 샷'이다. 멋진 샷을 보면 저절로 터져 나오겠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야밤에 아내 몰래 숨죽여 골프중계를 보는 대한민국 남편들은 그 때마다 깜짝 놀라 볼륨을 줄인다. 이런 탄성이나 외침은 갤러리가 할 일이다. '나이스 샷'은 사실 우리말로는 '좋은 샷'이지만 영어 뉘앙스로는 그다지 좋은 표현도 아니다.

프로선수들은 더욱이 툭하면 나이스 샷(?)을 하는데 그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건 정말 반갑지 않다. '완벽한 버디찬스' 역시 마찬가지다. '완벽'은 실제 공이 한 번에 들어가야 진짜 완벽이 된다. 붙었다 싶으면 무조건 '완벽한 버디찬스'라고 외친다. 요즈음은 보조해설자까지 가세해 3명이나 모여 어수선하고 소란스럽기까지 하다.

예측이나 편파해설도 문제다. 예전에 어떤 해설가는 필 미켈슨에게는 비난에 가까운 평을 내리는 반면 타이거 우즈는 퍼팅을 실패할 때마다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해설자는 서포터가 아니다. 한일전이나 인터내셔널크라운 같은 국가대항전에서는 특히 도를 넘는다. 마치 1970년대 "고국에 계시는 동포여러분"을 외치던 축구중계를 보는 기분이다. 응원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국적이나 인종에 대한 편파방송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선수들 역시 외국에서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하거나 빅스타들에게 레슨을 해대는 것도 금물이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또 어떤 코스에서 경기가 열리는지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정보들이면 충분하다. 골프는 대자연속의 스포츠다. 수려한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침묵의 시간도 필요하다. 너저분한 수다보다는 차라리 조용한 게 낫다.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스포츠 중계가 마라톤, 그 다음이 골프"라는 말이 있다. 초를 다투며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지 않는 종목들이다. 4, 5시간씩 늘어지는 시간을 때우기(?)가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강약 조절 등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 각지의 명코스를 눈으로나마 순례하고, 월드스타들의 스윙에 집중하면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까다로운 골프규칙까지 공부할 수 있는 멋진 중계방송이 보고 싶을 따름이다.


글=최점룡 골프칼럼니스트(chunha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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