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 연구소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만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나오는 '88올림픽고속도로'에 대한 설명이다. 30년 전 이 도로가 개통될 때 TV에서 귀가 따갑게 들렸던 내용도 아마 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조영남의 히트곡 '화개장터'의 고속도로 버전쯤 되는 것으로 생각됐던 이 도로의 허상을 뼈저리게 체험한 것은 결혼 후 첫 명절이었다.
충격은 잠시 후 더 커졌다. 고속도로가 편도 1차선이 아닌가. 게다가 중앙분리대도 없었다. 웬만한 산업도로도 편도 2차선에 중앙분리대가 있는데 명색이 고속국도인데 이럴 수 있나 싶었다. 맞은 편에서 버스나 트럭 같은 큰 차들이 오면 깜짝 놀라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된 것은 확장 공사를 한다는 점이었다. 1980년대 초반이야 기술력도 떨어지고 나라 살림도 어려웠을테니 편도 1차선 도로라도 임시방편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겠지만 선진국을 눈앞에 둘 정도로 나라도 부자가 됐으니 제대로 된 고속도로를 만드나 싶었다. 굽은 도로를 펴고, 확장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몇개월 후 설날은 모르겠지만 내년 추석땐 완공되겠지?"라는 얘기를 나누며 지겨운 정체에 짜증난 마음을 달랬다. 그로부터 12년, 여전히 '88고속도로'는 공사 중이고, 대부분 구간은 편도 1차선이다.
전필수 팍스TV 차장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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