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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官崩]"공무원마인드가졌다"말하면 욕이되는 나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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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관료개혁은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돼온 국정과제였지만 매번 시작은 창대하고 끝은 미약한 도돌이표에 갇혀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사회, 그 중에서도 이익집단과 결탁한 관료 마피아를 향해서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적폐(積弊)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관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세월호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사실상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관료개혁과 내각 물갈이가 본격화되면 사고 수습과 사후대책을 마무리한 뒤에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다. 다른 부처 공무원들도 관료개혁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낙하산 인사가 도마에 오르면서 모피아(기재부+마피아), 금피아(금감원+마피아)출신 산하기관 재취업에 제동이 걸렸다. 협회단체나 조합으로의 이동도 무기한 중단됐다.
이 와중에도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들이 있다. 내각 물갈이는 퇴출과 동시에 새로운 진입을 의미한다. 부처 입장에선 인사적체를 단박에 해소할 수 있다. 개인으로서는 개혁의 바람만 잘 타면 승진과 영전, 핵심보직으로 이동을 기대할 수 있다. 정권을 두세 번 거친 고참들 가운데는 "정권은 길어야 5년, 장관은 길어야 2년"이라며 "이(관료개혁 바람) 또한 지나가리라"는 이도 있다. 국내에 복귀할 때 보직을 얻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던 해외 주재관 가운데는 개혁의 광풍을 비껴갈 수 있어 안도하는 이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관료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진정한 위기는 대통령의 관료개혁도, 정치권의 마피아 금지법도 아니다. 국민의 관료사회ㆍ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불신의 골은 관료사회의 어둡고 추악한 면이 들춰지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부패와 비리, 무사안일, 탁상행정, 권위의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무능과 무지, 무소신, 무책임이 더해졌다. 관료사회와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 경제 주체의 두 축인 국민과 기업의 업무 열정도 자연스레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감소로 이어진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기업은 정부 정책을 믿지 않게 된다. 신뢰가 없으면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이는 결국 총체적 국가경쟁력 저하로 나타난다. 이른바 '신뢰적자'다. 재정적자는 세금을 더 걷거나 덜 쓰면 해결되지만 한번 펑크난 신뢰적자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신뢰적자의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포착돼 왔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2012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정부ㆍ국회ㆍ법원ㆍ경찰ㆍ언론ㆍ금융기관 등 6개 주요 공적기관 가운데 정부 신뢰도는 국회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성인남녀 2000명 가운데 정부를 신뢰한다는 답변(15.8%)이 불신(46.0%)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2010년 조사와 비교해 정부 불신율이 41.8%에서 46.0%로 크게 높아졌다.

관료집단의 영향력은 신뢰도와 반비례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중앙일보가 실시하는 파워조직 신뢰영향력 조사를 보면 정부의 영향력(10점 척도)은 2005년(5.91점)에서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5.64점)에 주춤한 이후 2009년 6.15점, 지난해 6.22점으로 높아졌다. 반면 신뢰도는 2005년도에 4.98점에서 2006년도 4.71점으로 하락했다가 2007년도 4.96점을 찍은 이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4.95점을 기록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조사 결과에 대해 "현대 민주주의가 정부의 질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볼 때 낮은 정부의 질은 정치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대한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공무원들이 항상 기업들에는 '기업가 정신'을 요구하고 벤처정신, 창업마인드, 장인정신 등을 강조하는데 이런 용어는 다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면서 "유독 '공무원 마인드'는 자리보전, 복지부동, 탁상행정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법과 제도에 앞서 공무원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55% "난 무사안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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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이와 다르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절반 이상이 자신은 무사안일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비율도 10년 전에 비해 20%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은 10명 중 2명 정도에 불과했으며 그 마저도 10년전에 비해 10%포인트 하락했다.

22일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4월과 5월 두달간 중앙과 지방공무원 1000명을 상대로 공무원의 인식조사를 한 결과에서다. 행정연구원은 정부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무원의 인식과 태도를 조사, 분석하기 위해 지난 1992년부터 매 3년마다 이 조사를 실시하며 이번 조사 결과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처음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의 무사안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매우 그렇다 2.2%,,약간그렇다 18.6%)는 응답이 20.8%,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17.0%,약간 그렇지 않다 38.0%)는 응답은 55%로 대체적으로 공무원들은 스스로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스스로의 무사안일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령이 높아질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공직 근무기간이 오래되었을수록 자신이 무사안일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무사안일과 관련, 2001년 조사결과는 없으며, 2004년과 2007년, 2010년, 2013년의 조사결과와 비교해볼 수 있다.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은 2004년에는 30.8%, 2007년에는 24.1%, 2010년에는 17.4%,로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2013년에 20.8%로 다시 높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10%포인트가 하락했다. 보고서는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에 대한 공무원들 스스로의 견해가 2010년까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했지만 2013년에 주춤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무사안일하지 않다는 응답비율은 2004년(35.6%), 2007년(50.6%), 2010년(58.2%)로 매년 상승추세를 보였다가 2013년에는 55.0%로 소폭 감소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사안일하지 않다는 응답비율이 20%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이다.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경우 "공연히 일을 만들었다가 잘못하면 책임지게 되므로"에 답한 응답률이 35.4%, "열심히 일해도보상이 미흡해서" 15.1%, "합법성 위주의 감사 때문에" 14.5%,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보수성 때문에" 8.2%, "자율성이 부여되지 않아서" 7.5%, "처우개선이 안되어서" 6.6% 등으로 나타났다.

무사안일 주요 원인에 대한 견해<출처=행정연구원, '행정에 관한 공무원 인식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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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보상이 미흡하거나 처우개선이 미흡해서라는 응답비율은 매년 하락 추세인 반면에 책임의 문제는 2001년 21.8%에서 2013년 35.4%로 상승했다. 감사원의 감사(합법성 위주 감사)때문이라는 응답은 2001년에는 없었다가 2004년 5.7%, 2013년 14.5%로 크게 상승했다. 사명감이 부족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은 평균 4%대의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공무원들은 퇴출제도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공무원퇴출제도에 대해 "매우만족"이 3.5%, "약간만족"이 14.6%, "보통"이40.3%, "약간불만"이 26.6%, "매우불만"이 15.0%로 나타나고 있다. 불만의 견해를 가진 공무원들의 응답률이 41.6%로 만족한다고 응답한 18.1%보다 훨씬 많았다. 보고서는 "공무원들의 공무원퇴출제도에 대한 견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불만의 의견이 높아졌다"면서 "아울러 근무기간과 현 보직 근무기간이 길수록 불만족의 의견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공무원들은 자신의 전문성(46.5%)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58.6%), 근무의욕(59.6%), 책임성(80.5%)에 대해서는 모두 높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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