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전집 운문번역 맡은 최종철 교수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올해는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 되는 해다. '모든 시대에 속한 작가'라는 평가에 걸맞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번역한 국내 최초 운문 번역 셰익스피어 전집이 민음사에서 26일 출간됐다. 이 날은 셰익스피어 탄생일(세례일 기준)이기도 하다. 번역을 맡은 최종철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65)는 "어떤 상황에 처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이렇게 강력하고 세세하게 표현한 작가는 없다"는 말로 셰익스피어를 설명했다.
그가 셰익스피어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연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부터다. 최 교수는 "도대체 셰익스피어가 왜 그렇게 유명한지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는데, 작품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며 "우리에게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희극이 훨씬 재밌다. 특히 '좋으실 대로'에 나오는 주인공 '로잘린드'는 정말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말했다. 졸업 후 미국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89년에 고국에 돌아온 그는 "셰익스피어 전공자로서, 우리 문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다 "놀랍게도 국내 셰익스피어 번역 가운데 운문 번역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대사의 절반 이상은 운문 형식이다. 4대 비극 중에서도 '햄릿'과 '리어왕'은 75%, '오셀로'는 80%, '맥베스'는 95%가 운문 형식의 대사로 이뤄져있다. 대사에서 운문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희곡도 전체 38편 가운데 22편이나 된다. 최 교수는 "이런데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국내 서점에서 '소설'로 분류가 돼 있다. 좀 더 엄격하게 보면 극시, 드라마, 희곡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는 작품을 책으로 내서 사람들에게 읽게 하는 목적이 아니라, 극장 대본용으로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썼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하지만 쉽게 풀어서 쓰는 산문보다 운문 번역이 번역가로서는 훨씬 힘든 작업이었다. 리듬감과 운율, 자음과 모음의 숫자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 줄을 번역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는 좁은 공간에 많은 의미를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압축과 상징, 비유가 많습니다. 햄릿이 5줄의 대사를 이야기하면 번역할 때도 우리말로 5줄을 맞춰야 했죠. 기본적으로 3.3조, 3.4조 등 말의 리듬을 찾아서 글자 수를 조정했습니다."
셰익스피어 운문 전집은 희극 5편이 수록된 1권과 사극과 로맨스를 엮은 7권 발간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총 10권이 완간될 예정이다. 올해 정년을 앞둔 최 교수는 "이번 번역이 인생의 대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오래됐지만 또 아주 현대적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강력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작가가 또 있을까요?"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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