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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병 방제단원이 띄운 ‘페이스북 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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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가족 향한 그리움 담긴 글로 눈길…누리꾼들, 훈훈한 사연에 응원 댓글 달아 잔잔한 ‘화제’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보고 싶은 당신에게. 여기에 온지도 벌써 한 달. 작업도중 사고도 많이 나고 그러지만 조심히 작업하고 있으니 걱정 말고…추운 겨울날 당신이 끓여주던 구수한 청국장, 김치찌개도 많이 생각나네.”

매서운 추위로 산과 들이 꽁꽁 얼어가고 있는 요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현장에서 일하는 50대 가장의 ‘페이스북 손 편지’가 누리꾼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어 화제다.
주인공은 제주지역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현장에 파견돼 일하고 있는 국유림영림단원 민영걸(52)씨.

지난 16일부터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를 잘라내기 등의 일을 하고 있는 민씨가 손으로 쓴 편지내용이 페이스북에 오르자 응원 댓글들이 달려 눈길을 모으고 있다.

민씨의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간 건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국민들 관심도를 높이면서 현장방제단원들을 격려키 위해 ‘손 편지 응원 댓글 캠페인’을 벌이면서 비롯됐다.
민 씨의 손 편지 응원 댓글 캠페인에 참가한 한 누리꾼은 “공무에 대한 애정과 가족 사랑이 느껴지는 편지”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이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글만 봐도 안타까움이 느껴진다”며 “추운 날씨에 영림단원들의 파이팅과 건강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누리꾼들의 참여와 입소문을 타고 산림청페이스북의 ‘방제현장에서 온 편지’란엔 23건의 응원 댓글이 달리고 ‘위키트리 핫뉴스’로 네이버 포탈뉴스에도 올랐다.

댓글 캠페인을 기획한 조시내 산림청 주무관은 “연말연시를 맞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분들을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많은 이들에 대한 응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응원 댓글을 달려면 산림청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된다.

한편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대책’ 발표(10월23일) 두 달을 맞은 산림청은 재선충병으로 말라죽은 소나무 없애기 작업비율이 59%에 이른다며 내년 4월말까지 100%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를 포함, 남부지역 중심의 59개 시·군·구의 소나무 약 159만 그루가 재선충병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소나무재선충병이 번지는 것을 막는 방법은 말라죽은 나무를 베어내어 훈증처리(연기처럼 약제를 뿜는 방제법) 하거나 갈아버려야 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지난 9월 피해가 가장 심한 제주지역에 230명의 영림단원들을 보내 재선충병에 걸려 말라죽은 소나무를 베어내 없애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이란?
1㎜ 안팎의 가는 실 모양의 재선충이 소나무와 잣나무에 파고들어 물과 영양분 이동통로를 막아 서서히 말라죽게 만드는 병이다. 이 병에 한번 걸리는 소나무는 100% 말라 죽는다.

<민영걸씨 손편지 전문>

보고 싶은 당신에게!
여기 온지도 벌써 한 달!
오늘도 낙엽과 톱밥먼지 속에서 땀 범벅된 얼굴로 허덕댄 힘든 하루였다네

당신은 모를 거야! 매일 매일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찬바람 이는 이른 새벽부터, 쿠다당! 나무 쓰러지는 소리, 사람들 고함치는 소리, 웽! 웽! 여기저기 기계톱 소리!

아직도 온 팔에 기계톱 울림이 가시지가 않네..

요새 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정말 무서운 병이란 걸 절감하고 있어... 내가 있는 작업장만 해도 50년이 넘은 소나무가 빨갛게 죽은 것들이 엄청 많아.

작업도중에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이 병은 치료약이 없다네. 병든 나무는 무조건 베어서 태우거나, 약제로 훈증하거나, 벌레보다 더 작게 파쇄해야 된다는데..

아무튼 매일매일 힘든 하루이지만 그래도 보람을 가지며 열심히 할라고 하네.

작업도중 사고도 나고 그러지만 작업반장을 중심으로 조심해서 작업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애들이랑 잘 지내고 있어.

보고 싶다. 당신도, 애들도. 추운 겨울날, 당신이 끓여주던 구수한 청국장, 김치찌개도 많이 생각나네. 애들도 당신도 몸 잘 챙기고.

이 세상 끝까지 당신과 함께 할 유일한 사람이.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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