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대개 '문화생활' 혹은 '문화 즐기기'라는 말을 접하면 공연장에서 베토벤 교향곡을 듣거나 우아한 차림으로 미술작품을 보는 것처럼 고급스런 행위를 연상한다. 그러나 문화는 우리 일상에 녹아 있는 모든 삶의 방식이며 누구나 문화의 창조자일 수 있다.


'10월 문화의 달' 중 '문화주간을 이루는 이번주말(18∼20일) 서울 도심 한복판,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에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문화창작 행위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 및 공연이 진행된다.

이번 전시회는 '나도 예술가, 여기는 문화마을'이라는 주제로 우리 주변의 다양한 문화동아리들이 작품을 생산해 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민이 자발적으로 문화를 공감, 향유, 생산해 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와 더불어 직접 참여해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문화 체험을 제공한다. 특히 전시회는 일상을 물들여가는 시민들의 문화생활과 관련한 활동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골목길을 다양한 간판과 벽화 등으로 수놓은 모습을 축소해서 전시한 모습. 시장 상인들의 평범한 문화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골목길을 다양한 간판과 벽화 등으로 수놓은 모습을 축소해서 전시한 모습. 시장 상인들의 평범한 문화 일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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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예술가'전에 들어서면 인천 우각로문화마을과 광주 시화마을의 생활문화공동체가 직접 그리고, 가꾼 생활문화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인천 우각로마을은 달동네로 재개발해야할 형편이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낡고 허름한 골목길 담벼락을 다양한 그림들로 채워 밝고 화사한 동네로 탈바꿈시켰다. 이곳 주민들은 '나도 예술가'라는 생각에서 출발, 모든 그림과 설치를 각자의 아이디어로 실현, 일상에서 문화를 실현한 본보기로 평가된다.


광주 시화마을 역시 골목길 전봇대가 서 있는 곳마다 작은 화단과 변기, 그림 등으로 예술적인 표현을 가미했다. 이미 부산 감천마을 등 바닥그림이나 벽화를 그려 관광코스로 만든 사례는 문화공동체활동의 전형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런 사례는 주민들이 예술활동에 참여해 커뮤니티를 회복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지역명소로 재탄생시킨 생활문화활동에 속한다.

'나도 예술가' 전시장에 들어서면 수원 못골시장과 전주 남부시장의 이야기 간판에서 시장 상인들의 문화적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수원 못골시장의 '오복 떡집' 간판의 경우 작은 타원형에 비행기를 그려 넣고 '오복'이라는 한글 글씨만 쓰여 있다. 이런 간판을 본 사람이라면 무슨 업종의 간판인지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짓기 마련이다.


그래서 떡집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왜 간판에 비행기 그림이냐"고 묻게 된다. 떡집 여주인은 어려서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비록 꿈을 이루지는 못 했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생활속에서 가게를 찾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소통하는 방편으로 특이한 간판을 내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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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골시장 상인들과 간판작업을 펼친 김종대씨(건축가)는 "상인들이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꿈을 매개로 손님들과 소통하는 시장을 만들고자 했다"며 "재래시장이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이고, 마음을 주고받는 공간으로 변모하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음악이나 미술 등을 즐기며 산다. 굳이 프로가 되지 않더라도 문화생활을 통해 다욱 행복해질 수 있다. 골목 공연장에서 젊은 청년이 공연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음악이나 미술 등을 즐기며 산다. 굳이 프로가 되지 않더라도 문화생활을 통해 다욱 행복해질 수 있다. 골목 공연장에서 젊은 청년이 공연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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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공연장'에서는 대학생 및 시민 동아리들이 참여해 공연을 펼치거나 사진 전시를 한다. 공연장 바로 옆에서는 가천대를 중심으로 지역커뮤니티를 위한 공개 콘텐츠를 생산하고 연구하는 소셜디자인팀 '새봄' 동아리, 청소년들의 영화, 연극 단체 '아리랑 필터스', 건축학과 대학생연합 동아리 '아키텐', 전 세대와 소통을 추구하며 행복한 노년을 꾸리는 '어르신이 행복한 은빛세상', 고려대 문화활동 동아리 '쿠스파' 등이 문화생산자로 직접 자신들의 작품을 내놓고, 평소의 문화활동을 가감없이 보여 준다.

대학생 건축 연합동아리 '아키텐'은 구룡마을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가 어울려 사는 공동체적 방안을 제시한다. 평소 우리 사회에 내놓고 싶은 건축적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대학생 건축 연합동아리 '아키텐'은 구룡마을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가 어울려 사는 공동체적 방안을 제시한다. 평소 우리 사회에 내놓고 싶은 건축적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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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한편에선 경북 칠곡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 모임이 직접 쓴 시도 볼 수 있다. 칠곡 할머니모임은 가난 혹은 바쁜 일상으로 학교에조차 가지 못 했다가 늘그막에 배움을 실천하는 이들로 직접 시 창작 및 낭독을 통해 교류하고 있다. 특히 모임에 나오지 않은 할머니가 있을 경우 회원들이 찾아가 보거나 보건소, 경찰서 등에도 연락, 각종 위험에도 대비하는 등 스스로 안전망을 구축해 눈길을 끈다.

한민호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민족문화과장은 "우리 일상에는 수많은 문화동아리들이 직접 향유와 창작을 통해 사회 저변을 풍성하게 물들이고 있다"며 "문화의 질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과장은 또 "앞으로 다양한 문화 향유 방법을 발굴, 전파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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