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역도대회가 남긴 것...북한땅에 울려 퍼진 애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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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평양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안컵 및 제14회 아시아시니어클럽 도선수권대회가 17일 막을 내렸다. 한국 선수단은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에 도착했다. 한국 역사(力士)들이 북한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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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가 의미를 갖는 것은 북한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는 점이다. 남북이 스포츠교류를 시작한지 23년만이다. 북한은 남한을 사회주의 혁명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그동안 애국가와 태극기 게양을 거부해왔다.


2008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축구대표팀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이 무산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북한이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완강히 거부한 탓에 남북 양팀은 결국 중국 상하이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상하이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기를 사이에 두고 태극기와 인공기가 게양된 가운데 벌어진 양팀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북한은 홈경기의 이점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았다.


북한은 외국에서도 태극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여자축구 북한과 콜롬비아의 경기에서는 주최 측의 착오로 전광판에 인공기 대신 태극기가 표시되는 바람에 북한 대표팀이 항의의 표시로 1시간 넘게 경기를 거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북한은 스포츠 밖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여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에는 북한이 대북 지원용 쌀을 싣고 청진에 입항한 남측 수송선 씨아펙스호(號)가 태극기를 내리고 인공기를 달게 한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 여자부 남북 대표팀의 맞대결을 중계하며 득점과 함께 태극기와 인공기 이미지를 나란히 내보냈다.


남북한이 스포츠교류를 시작한 시점도 짚어볼만 하다. 남북한이 축구로 스포츠교류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이다. 당시 경평축구대회가 44년 만에 부활, 그해 10월 남북의 축구선수들은 평양의 5·1경기장과 서울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오가며 축구경기를 벌였다.


다음해 2월 열린 남북체육회담에서 양측은 국제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하기로 하는 역사적인 합의를 했다. 남북한은 지난 1963년 1월 동경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위한 회담을 가진 이래 28차례에 걸쳐 회담을 벌여왔으나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에 따라 남북은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같은 해 6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코리아팀'을 내보냈다.


그 뒤 한동안 주춤했던 남북 스포츠교류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또다시 활성화됐다.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1999년 8월과 9월 평양에서는 남북노동자축구대회와 남북통일농구대회가 각각 열렸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김운용 당시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과 장웅 조선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올림픽 출전 사상 최초로 공동입장에 합의, 2000년 9월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에 입장해 전 세계에 감동을 안겨줬다.


이후 남북한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2007년 창춘(長春)동계아시안게임까지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서 9차례나 공동입장했다. 특히 국내에서 열린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에서는 북한이 선수단은 물론 대규모 응원단까지 파견하면서 남북 스포츠교류가 절정을 이뤘다.


그러나 순조롭던 남북 스포츠교류는 이명박 정부 들어 사실상 단절됐다.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 이후 완전히 중단된 이후 남북 스포츠교류는 올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등 남북관계 경색으로 쉽사리 재개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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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이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리는 2013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다시 교류를 시작했다. 북한 여자축구팀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05년 동아시안컵 이후 8년 만이며 북한 선수단이 남한을 방문하는 것은 2009년 4월 1일 서울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전에 북한 축구대표팀이 참가한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남북 스포츠교류를 놓고 해석도 분분하다. 일단 북한이 최근 태극기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선수단의 동아시안컵 참가를 계기로 남북 스포츠교류가 지속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통 북한이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응원단까지 파견하며 스포츠교류에 적극적이었지만 경색국면에서는 우리 측의 요청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 앞으로 스포츠교류 역시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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