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가짜 진단서를 이용한 비자 장사로 돈벌이에 나선 의사·브로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의료관광제도를 악용한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형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한의사 김모(46)씨, 브로커 이모씨(37)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수도권 일대 치과, 피부과, 한의원 등 의사 7명과 브로커 2명도 불구속 상태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3년짜리 의료관광 복수비자가 도입된 지난해 8월을 전후해 올해 초까지 돈을 대가로 가짜 소견서 등을 발급해 중국인을 국내에 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의료관광 복수비자는 의료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왔던 외국인이 출국 후에도 추가 진료 등을 위해 쉽게 재입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김씨 등은 그러나 이를 악용해 진찰없이 소견서를 남발하거나, 진료예약확인서, 신원보증서 등을 써 줘 중국인 240여명이 허위 초청됐다.


국·내외 브로커가 연결돼 중국 현지에서 1000만원 안팎의 대가를 받고 손님을 끌어 모은 뒤 병원들은 중국인 1명당 200만원 정도씩 챙기면서 가짜 소견서를 토대로 허위 초청에 나섰다.


출입국관리법은 부정한 방법으로 외국인을 허위 초청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의료법은 가짜 진단서 작성·발급 행위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비자 장사에 나선 의사들 덕에 한방성형, 치아미백 등을 핑계로 국내에 들어왔지만 대다수가 취업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허위초청 입국 뒤 중국에 돌아갔다가 이후 실제 복수비자 발급에 성공한 사람은 240명 가운데 3명에 그쳤다. 이에 국내에 들어온 중국인들 가운데 22명은 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가짜 진단서를 활용해 1년까지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체류자격 변경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소 45명이 종적을 감춰 불법체류자가 된 것으로 보고 뒤를 쫓고 있다.


구속 기소된 김씨의 경우 서울 구로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직접 중국 현지 신문에 광고 기사를 싣거나 전단지를 배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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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장사로 반년 만에 1억 5000여만원 가까이 챙긴 김씨는 동료 의사들에게도 같은 수법의 범행을 권했다. 김씨를 포함 재판에 넘겨진 의사 8명 가운데 상당수는 협회 등을 통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 의사들에 대한 면허취소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검찰은 “의료관광 비자나 체류자격 변경을 심사할 때 담당 공무원이 환자의 건강이나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점을 노려 가짜 소견서 등으로 속인 범죄”라며 “수사 초기부터 병원 압수수색에 이르기까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이민특수조사대와의 합동수사를 통해 실체를 밝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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