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통섭 멘토 최재천의 조용한 혁명 2막, 진보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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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59)의 언어는 10여년전 우리 사회에 처음 '통섭'을 제안하던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그의 말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리없이 바뀌어가는 중이다. 통섭은 산업계에 불고 있는 퓨전, 하이브리드, 노마드 열풍 뿐만 아니라 삶의 연대와 통합을 강조하는 '힐링', 공동체 추구 등 또다른 형태로 사회 각 분야에 스며 들고 있다.


실질적인 변화도 눈에 띤다. 최교수가 이끌어온 '문ㆍ이과 통합 운동'이다. 특히 서울대학교의 변화는 주목할만하다. 최근 서울대는 오는 2014년 공대에 이어 2015년 의대, 치대 등에서 '문과생 '입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대의 움직임은 곧 다른 대학으로 이어졌다. 다른 대학들도 고등학교 '문ㆍ이과생 통합 입학'을 속속 검토하는 등 최교수의 조용한 혁명이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 최교수가 이번에 새로운 주제를 제안한다. '이전 세대는 왜 다음 세대를 못 마땅해 하는걸까 ?'라는 질문이다. 나아가 적극적인 세대간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그의 진화론이 우리 사회의 '갈등의 치유'라는 사회과학적 주제로 나아감으써 새로운 변화를 이끌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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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시청 다목적홀, 새해 첫 나들이로 청소년들 앞에 나선 최교수는 1020세대를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지닌 공감의 세대, 즉 '호모 심비우스'로 규정한다.


"이전 세대는 항상 다음 세대를 걱정한다. 크로마뇽인이 호모 사피엔스를 걱정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 이전 세대는 다음 세대에서 인류가 멸망할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는 후퇴하는 법이 없다. 세계는 항상 진보한다. 난 그 철칙을 믿고, 청소년을 믿는다. 특히 1020세대는 봉사할 줄 알고, 배려할 줄 안다. 우리 세대(5060)은 아둥바둥 살았다. 그렇게 살아야하는 줄 알았다. 열심히 산다는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후대에겐 갈등이다. 지금 우리는 갈등을 인정해야한다. 거기서부터 새로운 통합을 열어나가기 위해 서로 손을 맞잡자. 내가 먼저 손을 내밀겠다."

저술 '다윈지능'에서 설파한 것처럼 자연 진화는 최상만 생존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장 최악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펼쳐진다는 설명이다. 최교수는 "다윈의 적자생존이 간파하지 못한 문제, 즉 자연계 내의 동식물간 공생 등 소통ㆍ협력관계는 경쟁보다 더욱 큰 진화를 이룩했다"며 "최악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대하는 방식으로 삶이 펼쳐간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자연계의 모든 생물에겐 짝이 있듯이 인간도 6000여 종의 동식물과의 관계를 통해 살아간다. 현화식물과 곤충의 공생처럼 진화는 적자생존만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각 세대가 통합해야하는 철학적 이유를 찾을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의 주제는 자연선택이론이다. 가장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체만이 살아남아서 후대까지 남는다는 것이 그 핵심내용이다. 이런 내용은 인문학적으로 경쟁에서 이긴 사람(국가)이 지배적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논리, 즉 자본주의의 일반적 도덕론 혹은 마키아벨리즘적 변종을 낳았다. 그러나 최재천은 진화론이 사회과학문제에 이르는 과정에서 연대와 통합, 세상에 대한 봉사, 인문과 과학의 융합, 세대 갈등 해소' 등 보다 폭넓은 철학을 담고 있음을 성찰해 낸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은 커넥션이며 아이폰은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우리가 서로 연대하고, 돕고, 이해해야만 진보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남을 도우려면 스스로 먼저 서야한다. 그런 토대위에 비빔밥처럼 융화하고, 협력할 때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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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수는 생물학자이면서 사회과학자다. 비록 생물적인 언어를 통해 사회과학 등 다른 학문과 결합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해답을 제공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최교수는 "지구 환경이 풍요로왔다면 결코 어떤 종이 도태되거나 나홀로 진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사회적 진보 또한 여러 관계속에서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세대간 통합은 중요한 문제"라고 단언한다.


이는 인간의 법칙이 자연의 법칙에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사회의 진보도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이뤄져야한다는 의견이다. 이같은 최재천 식 통섭이 조용한 혁명 제 2막을 완성할지, 통합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씻고 진화하는 방법이 될지 새로운 관심거리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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