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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경제학]우린 ‘기지개’단계 美·日은 황금알 낳는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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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규모 연 20조원 넘어… 일본은 제약 뷰티 의류 호텔 등 산업군 형태로 발전

에이스침대가 운영 중인 ‘이동수면공학연구소’ .

에이스침대가 운영 중인 ‘이동수면공학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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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수면(sleep)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수면경제’를 이르는 신조어다. 웰빙 열풍과 현대병이 돼 버린 수면장애로 인해 ‘질 좋은 잠’과 ‘편안한 수면환경’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수면과 관련된 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수면산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지만 국내에선 최근에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수면산업의 개념과 현황, 해외 사례, 수면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 향후 국내 수면산업의 잠재력에 대해 총체적으로 조망해 본다.

“잠이 과연 경제성이 있을까? 잠이 산업이 될 수 있을까?” 수면산업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수면산업이라는 용어 자체가 우선 생소하거니와 실제 국내 수면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로 수면산업 개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불면증으로만 대표되던 수면장애와 또한 수면제만이 불면증에 대한 치료수단이라고 인식되던 과거에 비해 각종 질병, 사고 등 수면 장애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사회적으로 노출되면서 숙면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가 숙면산업의 붐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수면산업은 말 그대로 ‘잠’과 관련돼 ‘숙면을 돕는’ 제품과 서비스 등을 생산하고 공급해 경제성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군을 말한다. 과거엔 불면증을 치료하는 수면제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엔 수면클리닉 시장의 확대로 인해 다양한 수면 의료기기들을 비롯해 잠을 자는데 필요한 매트리스, 침대, 이불 등 수면용품, 수면 팩을 비롯한 아로마 등 화장품 및 수면보조제, 차와 음료 등 식품, 소리와 조명을 활용한 IT 제품 등으로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미국·일본 등 이미 활성화…국내는 걸음마 단계
잠과 관련된 이런 사업영역들은 이미 해외에선 수면산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이후로 활발한 수면연구와 언론보도 등으로 인해 수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대돼 수면용품 시장이 확대됐다. 성인인구의 약 3분의1이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미국의 경우엔 수면제, 침구, 수면용 기구 등 수면경제의 규모가 2008년 기준 2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수면캡슐, 수면용 램프, 화이트 노이즈 머신, 고가의 침대와 베개, 잠옷, 양말 등 수면산업이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
수면제 시장의 경우 2004년 중독성 없는 수면제 ‘엠비엔’이 출시돼 전 세계 사업규모가 약 200억 달러 수준에 이르렀고 수면제 복용자의 숫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수면클리닉 시장도 날로 커지고 있는데 1977년 개설된 수면연구소는 2007년 기준 3500~4000개로 확대된 한편 수면전문 클리닉은 전국에 1200여개가 운영되고 공립 및 사병원의 51%가 수면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수면산업이 매우 활성화된 나라다. 특히 일본은 10여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면용품 시장만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눈길을 끈다. 이는 불황일수록 수면용품은 더 잘 팔린다는 해석틀을 제공하기도 한다. 불황기에 사람들은 ‘잠이라도 편하게 자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성인의 78%가 불면증을 경험한 바 있으며 일본 내 약 200만 명이 수면장애 환자로 추정됨에 따라 수면시장의 잠재 수요가 거대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일본의 수면산업 역시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한 수면제 시장에서부터 출발한다. 일본의 ‘에스에스제약’은 최초로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 없는 수면개선제 ‘도이에루’를 개발해 2003년 3월 사전 예약접수를 한 결과 한 달 만에 연간 매출액을 훌쩍 뛰어넘는 4억 엔의 주문을 받았던 선례가 있다.

지난해 3월 24~27일 코엑스에서 국내 최초로 수면박람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지난해 3월 24~27일 코엑스에서 국내 최초로 수면박람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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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또한 수면용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다. 따라서 다양한 수면용품들이 개발되고 선보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용품으로는 일본의 화장용품기업인 화왕(花王)이 출시한 수목성분의 세드로르 향기를 배합한 화장수와 입욕제 등이 있다. 이 제품들은 출시되자 절찬리에 판매돼 취급점포가 400여개 이상 확대되기도 했다.

이렇게 숙면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자 일본기업들은 2008년 일본 대표 기업인 마츠시타 전공, 화왕, 에스에스제약 등 9개의 기업이 쾌면상품의 연구·개발을 위한 ‘숙면컨소시엄’을 발족했다. 그밖에도 최근엔 상품뿐 아니라 일부 호텔에서 전문 수면 컨설턴트들이 활동하는 등 서비스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면박람회·수면산업환경협회 발족 등 활성화 바람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수면시장에 대한 가치와 잠재력을 뒤늦게 발견한 편이다. 국내에선 최근에야 숙면, 수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막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수면클리닉 현황을 살펴보면 병원 내 수면센터를 운영하는 대학병원은 전국 80여 개, 개인병원은 7개가 있다. 대학병원 내 수면센터는 2005년 5곳에서 2008년 20여개로 급격히 증가한 이래로 확대되는 추세다.

수면산업의 전체 규모는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현재 국내 수면관련 산업체는 약 500~800개 정도로 추산된다. 해마다 숙면용 기능성 베개, 라텍스, 매트리스 등 수면용품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통계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2010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트리스 세계시장 규모는 379억 달러(2008년 기준)이며 그 중 한국시장 규모는 630억 원 정도였다.

숙면용 기능성 베개의 경우 2006년 2배, 2007년 3배 이상으로 매출이 급신장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라텍스 베개와 매트리스 매출도 연간 증가 추세다. 2~3년 전부턴 특히 겨울한파로 인해 온라인 시장과 유통업계에서 수면양말과 수면바지 등 이른바 ‘수면아이템’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했다. 현재 옥션과 11번가 등에선 수면상품 코너를 마련해 운영하는 등 이 분야를 특화한 마케팅도 선보이고 있다.

‘침대는 과학’이란 문구로 유명한 에이스침대는 수면에 대한 트렌드를 간파해 오래전부터 ‘이동수면공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동수면공학연구소는 소비자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차량으로 찾아가서 최첨단 장비들로 침대에 누웠을 때의 척추현상과 체압 분포, 수면상태 등에 대해 측정한 후 소비자 개개인에 적합한 최적의 침대를 선정해주는 서비스를 구현한다.

이렇게 숙면 서비스와 산업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대되면서 국내에선 최초로 지난해 수면과 관련된 산업을 총망라한 박람회가 개최돼 화제가 됐다. ‘잠, 건강의 시작입니다!’란 모토로 지난해 3월 24~27일 코엑스에서 열린 ‘Good Sleep2011 국제수면박람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 행사는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국민적 공감 확산, 일반인을 위한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수면건강교육의 기회제공, 국내외 수면제품의 브랜드 홍보 및 신기술·신제품 정보교류, 국내 수면관련 분야의 성장기반 구축 및 국가 경쟁력 상승 등을 목적으로 국내 수면상품 및 서비스 관련 중소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박람회 이후엔 행사에 참여한 수면산업 관련 업체들이 중심이 돼 지난해 11월 29일 ‘한국수면환경산업협회’를 발족했다. 회원사로는 ‘국제수면박람회’를 기획하고 주관한 전시기획전문업체 ‘열음’과 사운드 테라피·음향진동시스템 관련 제품 유통업체인 ‘가스프’와 ‘국제아로마테라피전문가협회’ ‘서울수면환경연구소’ 침구류 전문 제조·생산업체 ‘이브자리’ 엠씨스퀘어로 잘 알려진 ‘지오엠씨-엠씨스퀘어’ 침구의류제조업체 ‘임경실업-세리코’, 경침배게 전문업체 ‘티엔아이-가누다’ 등 18개 업체가 있다.

서울수면환경연구소가 국제수면박람회에서 선보인 수면보조기구 ‘슬립세라’(왼쪽부터)와 숙면을 위한 휴대용LED램프 ‘루나’와 가스프의 음향 숙면기기 ‘사운드솔’.

서울수면환경연구소가 국제수면박람회에서 선보인 수면보조기구 ‘슬립세라’(왼쪽부터)와 숙면을 위한 휴대용LED램프 ‘루나’와 가스프의 음향 숙면기기 ‘사운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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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면병환우협회와 한국침대협회가 파트너십으로 함께 참여했다. 협회는 시장형성초기 단계인 국내 수면산업의 경쟁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회원사간의 공동기술개발 및 B2B 제휴를 통한 컨소시엄 구축을 협회가 지원함으로써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으로 주축이 된 국내 수면시장에서 기업들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델을 강구하고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동 기술개발 및 B2B 제휴 방식으로 ‘티앤아이’와 ‘지오엠씨’가 ‘가누다 냅 엠씨스퀘어’ 제품을 개발 중에 있다. 임영현 지오엠씨 대표는 “수면산업은 질 좋은 잠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국가인재양성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산업으로 업계·학계·정부 등이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잠재력이 큰 만큼 앞으로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제수면박람회는 올해 2회째를 맞이하며 ‘sleep experience’를 주제로 종전보다 업그레이드 돼 관람객들의 잠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들로 오는 8월30일부터 9월1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미니 인터뷰 | 국제수면박람회 만든 전시기획자 유경아 ‘열음’ 대표
“잠, 새로운 아이템 아니나 고부가가치 시장”


“수면(睡眠)이라는 아이템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산업과 연계돼 새로운 가치부여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이다.”
유경아(46) 열음 대표는 현재 한국수면환경산업협회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그간 수면(水面)아래 있던 ‘수면산업’을 박람회라는 전시공간을 통해 새롭게 수면위로 띄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유 대표는 원래 전시기획 전문가이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열음’ 역시 전시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이다.
그가 ‘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시기획자로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던 중 우연히 해외 자료에서 수면시장에 대한 잠재력과 전망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잠’이란 아이템이 하늘 아래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잘 다듬고 가공하면 뭔가 큰 ‘물건’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즉시 실행에 옮겼다.
수면산업을 공부하고 관련 업체들을 찾아 조직화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국제수면박람회’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업체와 학계 관계자들과 전시기획을 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민과 숙제들을 해결하기위해 수면환경산업협회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그는 협회장은 아니다. 그렇지만 협회의 핵심멤버로서 협회가 나갈 방향과 비전을 회원사 대표들과 논의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앞으로 협회가 해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한다. 우선 수면산업과 관련된 최신 정보와 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 정리해 올바른 수면정보를 보급하는 일이다. 또한 수면산업의 발전을 위해 수면상품이나 서비스의 과학성을 입증하는 ‘인증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회원사가 B2B제휴를 통한 숙면컨소시엄 구축과 지원을 공고히 하고 국민들이 건강한 수면생활을 위한 홍보와 교육사업도 마련할 방침이다.
그렇지만 유 대표의 꿈은 여전히 ‘전시 기획자’이다. 그는 “박람회에서 나올 수 있는 아이템이 거의 나온 상황에서 ‘잠’이란 아이템을 통해 그동안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던 콘텐츠를 하나 만들었다는데 기쁨을 갖고 있다”며 “수면산업은 현재로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만큼 협회와 박람회 등을 통해 앞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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