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한 상권 내에서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할리스커피 최희천 사장(사진)은 최근 매장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해 기숙사를 마련했다. 눈 딱 감고 ' 알아서 잘 다녀라'라고 방치할 수도 있겠지만 최 사장은 자신의 할리스커피 매장 건물 4층과 5층에 따로 공간을 내어 방 4개를 만들고 집이 먼 직원들에게 월 10만원에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최 사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할리스커피 영등포점, 에벤에셀 점, 반도점 등 매장 3개를 갖고 있는 그는 오전에는 연구실에서 고분자 화학박사로, 낮에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겸임)교수로, 밤에는 할리스커피 사장님으로 일한다.
은퇴 후에도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시작한 커피전문점이었지만 어느덧 매장 3개나 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지금은 이 매장들을 하나로 묶어 '에벤H'라는 법인을 세웠다. 법인으로 운영하다보니 개인사업자로 경영할 때보다 내야 할 세금이 기존 최대 38%에서 20%로 대폭 줄었다.
최 사장은 미국 유학 시절, 주머니에 있는 25달러를 탈탈 털어 피자헛 매장에 들어가 어린 자녀들에게는 18달러짜리 피자를 시켜주고 정작 자신은 서울에 있는 부모님께 7달러치의 국제통화를 하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한국에 귀국하고 4년 뒤, 어느덧 남을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올랐고 그때부터는 사회 지식인으로서 '배운만큼 혹은 가진만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며 '앎'을 실천하고자 했다.
최 사장은 "커피전문점 사장으로 있다보니 이공계열 교수지만 때때로 학생들에게 경제도 가리킬 때가 있다"면서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기업가 정신을 당부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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