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은행권이 야심차게 내놓은 자문형신탁이 생각보다 저조한 실적때문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수탁고 자체도 당초 예상보다 미미한 데다가, 출렁이는 증시때문에 수익률 또한 저조해 은행들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자문형신탁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KB국민과 신한ㆍ하나ㆍ외환ㆍ부산은행 등이다. 지난 6월부터 판매한 국민은행의 'KB와이즈 주식특정금전신탁'은 12일 현재 잔액이 533억 수준으로,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300억원이 들어온 뒤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외환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영업 기밀인 데다 출시 후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판매잔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때 자문형신탁 판매를 검토했던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은 현재 계획을 철회하거나 미룬 상태다.


수익률 또한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이 자문형신탁을 출시한 이후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면서 운용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수익률을 자문사마다, 가입 시점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평균 수익률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자문형신탁 자문사로 선정된 자문사들은 "은행권이 판매를 시작한 시점을 고려해봤을때 수익률이 시장수익률보다 아웃퍼폼(outperform)하기는 어렵다"며 "은행권이 PB(Private Bank) 고객 등 부유층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공격적인 운용보다는 안정적인 운용에만 초점을 맞춘 것도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은행의 자문형신탁에 들어온 자금들이 대부분 대형 투자자문사에만 쏠려 있다는 것도 자문사들의 말을 뒷받침한다. 은행들은 투자자 성향에 맞는 다양한 운용을 위해 3~6개 수준의 자문사와 계약을 맺고 있지만, 중소형 자문사나 독특한 운용을 추구하는 자문사에는 아예 자문이 하나도 요청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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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문형신탁 판매를 시작한 한 은행과 계약한 A자문사 관계자는 "그나마 들어온 자금들조차도 대형 투자자문사에만 몰려 있는 상황으로 나머지 자문사들은 들러리 신세"라며 "자문형신탁이 시작됐을 때가 증권사의 자문형 랩이 둔화되던 시기였던 데다가, 시장보다 아웃퍼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고객들이 대형 자문사에만 자문을 요청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자문형신탁(자문형 특정금전신탁)=투자자가 은행신탁과 계약을 맺고 투자 자문사를 지정하면 은행신탁이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바탕으로 신탁재산을 운용,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 증권사의 '자문형 랩'과 유사하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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