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파나마 야구월드컵에서 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지는 윤지웅(넥센)

2011 파나마 야구월드컵에서 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지는 윤지웅(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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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파나마 땅을 밟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선수들은 쿠바에 1-4로 패했지만 니카라과를 6-4로 꺾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2라운드 진출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직접 경험한 쿠바는 아마야구 최강의 국가다웠다. 공수에서 단 한 개의 실수도 없이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대표팀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최강 전력으로 구성된 건 아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다음 대회에서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니카라과전은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다. 이날 마운드에는 나를 비롯해 (박)종훈이, (최)성훈이, (윤)명준이, (문)승원이가 모두 투입됐다. 후배들은 모두 호투를 펼쳤다. 선발로 나선 종훈이는 4.1이닝동안 2실점했지만 삼진 4개를 잡아내며 무난한 피칭을 뽐냈다. 성훈이와 명준이, 승원이는 모두 니카라과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난조를 보인 건 나뿐이었다. 9회 볼넷 2개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아웃카운트는 한 개도 잡지 못했다. 불펜에서 급하게 몸을 풀고 나간 탓인지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승원이와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오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동료들은 더그아웃에서 모두 어깨를 두들겨줬다. 그들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마음속으로 ‘다음 등판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몇 번을 다짐했다. 빠른 시일 내 꼭 만회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파나마에서의 생활은 조금 무료하다. 지루하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대표팀이 묵는 호텔은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에 위치해 있다. 쇼핑이나 관광 등은 꿈도 꿀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모두 휴식시간을 호텔 안에서 해결한다. 몇몇 선수들은 각자의 방에서 칩거에 돌입하기도 한다.

호텔에서 머물며 최근 많은 외국 선수들을 만났다. 국내 야구팬들에게 낯익은 선수들도 종종 눈에 띈다. 프란시스코 크루세타, 루넬비스 에르난데스가 대표적이다.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둘은 이번 대회에 도미니카공화국 소속으로 출전했다. 그들은 한국에서의 추억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대표팀 선수들만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한국프로야구의 흐름과 삼성 선수들의 근황을 물어봤다.


방금 전 다녀온 웨이트트레이닝센터에선 유명한 선수의 아버지를 만났다. 산만한 덩치를 자랑한 그의 이름은 호세 카노. 뉴욕 양키스에서 내야수로 뛰는 로빈슨 카노의 아버지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의 투수코치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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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며 호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최근 부진에 빠진 내게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어떤 투수나 슬럼프는 오기 마련”이라며 “마운드에서 늘 긍정적인 생각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투구 폼이나 체격 조건에서 대단한 투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인다”며 용기도 심어줬다. 호세의 말처럼 나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을까?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윤지웅’이니까.


윤지웅 넥센 히어로즈 투수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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