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직장·자녀 교육 등 고민
이전 안하는 부처 파견직도 '별따기'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1.맞벌이인 농림수산식품부 A사무관(남.34)은 요즘 아내에게 미안함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는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확정으로 내년 말이면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 결혼 2년차인 이들 부부가 신혼 초 떨어져 산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 결국 10년 넘게 직장을 다닌 아내가 그만두기로 했다. 애 낳는 계획까지 미뤄가며 사회 생활을 원했던 아내의 마음을 아는 터라 요즘엔 괜히 공무원을 시작했다는 마음마저 든다.

#2.중ㆍ고등학생 자녀 둘을 둔 기획재정부 B서기관(여.44). 세종시로 내려갈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할 아이들을 지방으로 데리고 갈 수 없어 혼자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결국 직장을 다니는 남편이 애들을 돌봐야 할 상황. 평소 애들과 대화가 거의 없는 남편이 정서적으로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을 잘 챙길 수 있을 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세종시 원안에 따라 정부부처 이전 계획이 확정된지 1년이 지났지만 지방으로 '둥지'를 옮겨야하는 공무원들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부득이 가족들을 떠나 지방에서의 삶을 어떻게 보낼지,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등 불안한 마음을 좀처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혼인 공무원은 결혼문제로, 기혼자는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들의 교육문제 등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세종시 '첫 마을' 아파트 2차 분양 설명회가 이런 분위기를 대변해 준다. 설명회 장소인 대강당 600석의 의자는 시작 전에 이미 꽉 들어 찼으며 늦게 도착한 수백명의 공무원들은 계단에 앉거나 서서 설명회를 들어야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종시 이주 시기가 1년 앞으로 다가오자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대거 몰린 것.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공무원은 "지난해 가을 1차 설명회때는 솔직히 별 관심이 없었는데 내년 말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진다"며 "아직까지 결정해 놓은게 아무것도 없는데 정말 큰일이다"라고 말했다.


세종시에 아파트를 짓기로 했던 건설사 7곳이 최근 사업 포기를 결정하면서 공무원들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당장 내년부터 정부청사 이전이 시작되는데 가장 기본적인 살 집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금융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는 부처의 파견직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마저도 하늘의 별따기다. 자리도 별로 없을 뿐더러, 있다고 해도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말 식약청 등 6개 국책기관이 이주한 오송 생명과학단지는 반년이 지난 지금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반쪽자리 도시로 전락했다.


과천청사의 한 공무원은 "오송 행정타운 공무원 2500여명 중 3분의 1 가량이 수도권에 그대로 살면서 매일 장거리 출퇴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세종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 싸움'에 공무원들만 골병드는거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총리실 세종시기획단에 따르면 2012년 말 1단계로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12개 기관이 이전한다. 2013년에는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18개 기관이, 2014년에는 국세청, 법제처 등 6개 기관이 각각 옮기게 된다. 단계별 부처 간 세부 이전계획은 올 말 또는 내년 초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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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계획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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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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