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우리 경제의 70%를 책임지는 수출이 웬만한 외풍(外風)에도 끄덕없는 내성(耐性)을 자랑하고 있다. 1∼3월까지 수출과 흑자가 시장의 전망을 뛰어넘는 호(好)실적을 기록하면서 유가(두바이유기준) 100달러와 저환율(환율하락)의 악재가 반영되는 4월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수출과 수입을 합해 처음으로 무역 1조달러를 돌파하고 무역흑자 250억달러 내외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도 달성 가능하다는 평가다.


1일 지식경제부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 무역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에는 무역적자를, 1998년에는 수출감소를 겪은 이후 웬만한 초대형 악재에도 선방해왔다. 2001년 9.11테러로 수출과 수입이 10%이상 감소했어도 무역흑자를 유지했고 이후 2010년까지 10년간 무역적자를 기록한 해는 2008년(132억67000만달러) 한 번에 불과했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과 수입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수입감소폭이 수출보다 더 확대되면서 불황형 흑자를 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된 2010년에는 정상궤도에 돌입하면서 수출 사상 최대, 수입 역대 두번째를 기록하고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규모인 417억달러의 호황형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2008년 한 해만 적자=그 결과 2010년 우리나라의 세계수출순위는 전년도 9위에서 이탈리아, 벨기에를 누르고 사상 최초로 7위를 확정했다. 교역규모도 10위에서 9위로 한계단 올랐다. 세계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도 1970년 0.3%에서 1990년 2.0%, 2000년 2.5%를 넘어섰다가 지난해 3.1%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수출기업들이 그간 환율,원자재,유가 등의 대외변수에 어느정도의 내성을 길렀고 수출품목과 수출거래선, 결제통화 등을 다양화하고 정부와 무역지원기관들의 적절한 지원이 시너지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의 경우 정부는 비상상황으로 보고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에 추경예산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준바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 기업의 판매시장과 투자지역이 다변화됨에 따라 달러화와 같은 특정통화의 환율이 기업가치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원ㆍ달러 환율의 단위 변동당 영향력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10분의1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수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올해 환율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환율 단위당 영향력이 축소되는 가운데 올해에는 환율이 장기 적정수준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등 환율 변동 폭도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유가 급변속에서도 1∼3월 호실적=정부는 지난해 예상을 넘는 실적으로 올해 수출입, 흑자 목표를 낮춰잡았다. 수출은 전년대비 10% 증가한 5130억달러, 수입은 15% 증가한 4880억달러로 무역수지는 250억달러 내외 흑자를 전망했다. 연초부터 원자재가격이 들썩이고 환율(1100원대), 유가(80달러 중반)가 정부가 정한 연간 기준을 벗어나면서 이런 목표 달성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가 적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해 1조달러를 달성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전통적인 비수기인 1,2월에 호실적을 보인 무역통계는 3월에도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을 기록했다. 3월은 전년동월대비 30.3%증가한 486억달러, 수입은 27.9%증가한 454억98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31억200만달러 흑자로 파악됐다. 월간 수출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1월(448억9000만달러)에 이어 2개월만에 기록을 가뿐히 넘겼다. 무역흑자도 시장은 물론 정부조차 10억달러대로 생각했으나 그 세배를 넘는 31억달러 흑자를 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2010년 2월 이후 14개월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분기(1∼3월)로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30.4%증가한 1318억1100만달러, 수입은 25.7%증가한 1234억600만달러로 분기 무역수지는 84억4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성수기에 진입하는 3월은 수출이 말 그대로 품목별,지역별로 고르게 선전하면서 수입증가를 만회해 30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석유제품(87.8%), 선박(70.1%), 일반기계(53.8%), 자동차부품(40.5%), 철강(34.1%), 자동차(24.8%), 석유화학(23.8%), 반도체(10.0%) 등이 고른 호조를 보였다. 지역별(1∼20일까지)로도 일본(34.7%), 중동(23.1%), 미국(13.5%), 아세안(18.8%), 중국(9.2%) 등 전지역에서 수출이 좋았다.


◆무역 1조달러 달성여지 충분=수입은 유가 등 에너지가 상승으로 원자재 분야의 증가가 눈에 띄었다. 원자재는 전년동월대비 에너지가 상승, 도입물량 확대 등으로 석탄(66.8%), 원유(60.0%), 가스(22.6%)등의 수입이 큰 폭 증가했다. 소비재는 두 자릿수(31.3%) 증가세를 기록한 반면, 자본재는 반도체 제조장비(-28.3%) 등 수입감소로 한 자릿수(5.4%) 증가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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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과 흑자의 고공행진이 4월 이후에도 이어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환율은 앞으로 하락전망이 우세하나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는 2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데 지난 2월부터 100달러대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4월부터는 원유,석유제품 수입액이 크게 늘어 무역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된다.하지만 반대로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원유, 석유제품의 수출액이 동반 증가하고 환율 하락으로 인해 원유, 부품소재, 장비 등의 수입부담이 줄면서 상쇄효과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4월은 유가상승세로 수입액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수출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어 무역흑자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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