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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이선정⑦ 밑바닥 인생의 끝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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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이선정⑦ 밑바닥 인생의 끝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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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집을 나왔지만 갈 곳이 없었다. 당장 머물 곳이 필요했다. 찾아간 곳은 인천 삼산동의 한 빈민촌. 이선정의 수중엔 50만 원이 전부였다. 나중에 잔금을 치르기로 하고 150만 원에 전세를 얻었다.

사실 150만 원짜리 전세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때다. 일본강점기 때 지은 흙집이었다. 딱 봐도 세 가구 살면 적당한 집에 열두 가구가 살았다. 재래식 화장실 두 개를 공용으로 썼다. 쪽방에 부엌도 없고, 부탄가스 버너 하나 놓을 정도 공간이 다였다. 집 바로 뒤는 돼지 축사였다. 악취에 파리·모기가 들끓었다.
이전보다 더 배고프고 힘든 시절이었다. 무엇보다 잔금을 치러야 했다. 그래도 대학생이란 사실 덕분에 과외 수업을 시작했다. 한 사람당 15만 원을 받기로 하고 세 명을 매일 한 시간씩 가르쳤다. 하지만 다들 어려운 빈민촌이었다. 당연히 돈도 제때 받기 힘들었다.

대신 아이들 집에 남는 김치나 쌀이 있으면 가져오게 해 끼니를 때웠다. 식사는 라면 아니면 밥에 김치가 전부. 고기 구경은커녕 설거지를 위해 세제 살 돈도 없어 밥솥째로 먹었다.

흙집은 지옥 그 자체다. 보통사람은 3~4일만 살아도 정신병자가 될만한 환경이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진저리가 난다. 어떻게 거기서 살았는지 모르겠다.
여름엔 더위에 속옷까지 다 벗고 잤다. 그래도 이내 얼굴이 벌게졌고 바닥은 땀으로 흥건히 졌었다. 선풍기 하나 살 돈도 없어 열대야엔 30분마다 일어나서 온몸에 물을 끼얹고 다시 누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나면 아침엔 탈진상태가 됐다.

반대로 겨울엔 온몸이 얼어붙었다. 보일러가 없어 바닥이 너무 차 누울 수도 없었다. 웅크리고 앉은 채로 자면서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특히 자다 보면 바퀴벌레가 따뜻한 곳을 찾아 겨드랑이를 파고 들어왔다. 처음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중엔 이마저도 무감각해졌다. 어차피 다 끝나버린 인생 같은 마음에 한동안 모든 걸 포기하고 폐인처럼 지낸 것. 한밤 중에 비가 오면 소주를 마시고 실컷 울었다.

그나마 하던 과외도 그만두면서 생계가 막막했다. 전봇대에 붙은 전단을 보면서 공장에 다시 나가볼까 생각했다.

그러던 하루는 길을 가다 전기구이 통닭집을 지나쳤다. 오븐 안에서 돌아가는 통닭을 잠깐 바라보며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30분이 지나 있었다. 눈을 뜬 채 먹고 싶다는 생각에 넋을 놓은 거였다. 서서 기절한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충격이었다. 순간 정신이 버쩍 들었다.

"내가 이 정도까지 왔구나…"

자살충동이 왜 없었겠는가. 그래도 그를 버티게 한 건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었다. 먼 훗날 세상을 제대로 깜짝 놀라게 할거란 믿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의 마지막 끈이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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