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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이선정⑤ 가난 속에 짓눌린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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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이선정⑤ 가난 속에 짓눌린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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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스무 살 청년에겐 가혹한 시절이었다. 포장마차의 실패로 빈털터리가 됐다. 달동네 꼭대기 지하 월세방에 혼자 앉아있노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답답한 마음에 지하철 입구 턱에 올라 잠을 청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곳이 차라리 덜 외로웠다.

제대로 먹지도 못해 뼈만 앙상했고, 빈혈도 여전했다. 보는 이가 안타까울 정도였다. 몸도 마음도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왔다. 결국 자진해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낯선 사람이 나왔다. 부모님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리신 뒤였다. 혹시라도 돌아올 아들을 위해 남겨둔 주소 따윈 없었다. 겨우 삼촌과 연락이 닿아 물어물어 집을 찾아갔다.

부모님은 여전히 종교뿐이었고 아들에겐 무관심했다. 권의 의식도 그대로였다. 지친 아들을 이해해주고 다독여주길 바랬지만 정작 부모님은 정신병원 입원까지 권유했다. 그게 그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얼마 못가 짧은 가출과 귀가가 또 다시 반복됐다.

가세도 더욱 기울어 어느덧 극빈층이 돼버렸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고난이었다. 가난은 그의 자아까지 짓눌렀다. 타인에 대한 원망과 공격성이 아닌 자기 비하로 이어졌다.
집에 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가로질러가면 될 것을 굳이 먼길로 돌아갔다. 천민이 된 느낌 탓이었다. 무서웠다. 그곳에 사는 '귀족'들은 날 싫어하고 미워하는 듯했다. 누군가 '이 못난 놈아'라며 뒤통수를 때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희망의 끈은 음악이었다. 유일하게 나를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존재였다. 기타를 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래도 언젠가 음악가로 성공하리란 꿈은 놓지 않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기타 실력은 꽤 괜찮았다. 그 덕에 밤무대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벌이는 일정치 않았고, 평생 이렇게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을 관통하는 생각.

"그래, 공부를 해야겠다"

(3월1일 6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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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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