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 안보낼래요"..'반값등록금' 어디로 갔나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우리나라에서 대학 다니지마라. 예전부터 아이들에게 이 말을 해왔어요" '반값등록금'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 참석한 한 학부모의 허탈한 한마디다. 그는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연 우리나라 대학이 그만한 경쟁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하다가 "등록금을 더 낮춰달라"고 토로했다.
18일 민주당 주최로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과 대학생, 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타운미팅(주민총회)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놓은 공약, 반값등록금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반값등록금 약속대로 등록금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달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 가득찬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고등학생 자녀 둘을 둔 주부 김씨도 불만에 찬 목소리를 낸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려 멀리 서울 도봉구에서 서대문구까지 찾아온 그는 정부의 '반값등록금' 약속이 사실상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지금 그 누구보다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며 "1년에 1000만원대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우리나라 대학이 그만한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마치 정부에 대한 신뢰를 모두 잃은 듯 허망한 말투였다.
김씨 뿐이 아니다. 누구보다 이 사안에 민감할 대학생 박모씨는 "우리집은 형제가 넷인데 대학생이 셋, 고등학생이 되는 동생 한명이다. 부모님 소득이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임에도 1년에 등록금 3000만원을 내는 게 쉽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또 "대학 등록금 문제는 20대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정부가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의 제도적 지원을 해줘야한다"고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성토는 이어졌다. 다른 대학생 이모씨는 "어느 가정도 1년에 1000만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대는 게 쉬운 일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학 등록금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정부는 '반값등록금' 공약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토론에 참석한 강남훈 한신대 교수(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는 반값등록금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아예 기술적 조언까지 내놓았다. 그는 "지금 마련된 예산이 3조든 5조든 간에 학생을 위한 예산이 있다면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데 지원을 하는 한편 시간강사에 대한 임금 보조를 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 하다"고 했다. 대학들이 6만명이 넘는 시간강사에게 지불하는 임금을 정부가 일부 지원해주는 대신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당시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현 교과부 장관)이 "대학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처음 내놓은 반값등록금 정책은 이듬해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됐다. 이 대통령 취임 후 반값등록금 약속을 지키라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든든학자금(취업 후 상환학자금)'을 반값등록금 시행 정책의 하나로 내놨으나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든든학자금제를 이용한 학생은 1학기 11만4722명, 2학기 11만7168명을 더해 모두 23만명으로 정부 예상 70만명에 한참 못 미쳤다. 도입 당시 5.7%였던 든든학자금 금리는 현재 4.9%로 낮아졌지만 고금리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정부의 주요 정책 대출금리가 무이자 또는 3%대인 것을 감안하면 5%대인 든든학자금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다.
고금리 등 문제로 외면 받는 든든학자금제의 실태를 보고도 정부는 아직 이렇다할만한 반값등록금 정책을 새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 틈을 타 이명박 정부 이슈인 반값등록금을 가로채 자기네 당의 민생정책으로 탈바꿈시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타운미팅에서 이어진 학생과 학부모들의 성토와 관련해 "등록금 문제는 학생들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다. 사회가 함께 반값등록금을 실현해내야 한다는 게 오늘 자리의 기본적 취지인 만큼 앞으로 구체적 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했다.
토론을 참관한 대학생 지모씨는 "정부는 약속한대로 등록금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을 덜어줘야한다"면서 반값등록금 공약에 대한 정부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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