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4·3 사건의 혁명 혈통이다?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지난 9월 김정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후, ‘김정은 영웅 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본 언론은 김정은 외가가 일본에서 보낸 시절이 영웅화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며, 이 시절 내용은 미화되거나 삭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일 아사히 신문은 김정은의 친모인 고영희가 태어난 오사카 츠루하시 지역에 북한 인사가 방문, 생가가 있던 곳을 살피고 갔지만 이 곳은 성지(聖地)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도했다.
고영희는 1953년 츠루하시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 고태문은 1920년 제주에서 태어난 후 13살 때 일본으로 건너왔다. 고태문은 장성한 후 유도도장을 차렸지만 생계가 어렵자, 1956년 프로 레슬링 단체를 창립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곧 실패하고, 1961년 고씨 일가는 북한행을 선택했다. 당시 김일성은 국제 스포츠 대회를 주최할 계획이었고, 이 계획의 일환으로 북한 유도협회를 만들었다. 이 협회의 초대 회장이 바로 고태문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에 스포츠 관계자를 포섭하라고 명령했고 조총련 인사가 고태문에게 접근, 북한행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고태문이 북한 내에서 유력 인사로 급부상하면서 고영희는 대략 1970년께 만수대 무용단에 입단했고, 김정일의 눈에 띄어 일약 신데렐라가 됐다.
신문은 북한 정권이 김정은의 혁명적 전설을 써내려가기 위해 주목하고 있는 점은 ‘고태문이 제주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1948년 제주에서는 도민과 우익 정권 사이에 충돌이 발생,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일부 도민은 섬을 떠났다”며 “2003년 북한 방송에 이 사건을 드라마로 방영했는데, 당시는 고영희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되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조총련의 고위 관계자는 “고태문은 제주 4·3 사건 당시 김일성의 영도 아래 용감히 싸웠던 제주도민으로 묘사될 것”이라면서 “또한 일본으로 피한 후, 위대한 김일성 지도자의 품에 안기기 위해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각색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고태문은 평생 동안 지도자의 군인으로 살아온 것으로 영웅화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김정은은 제주의 위대한 혁명적 혈통을 이어받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츠루하시는 이와 같은 전설에 낄 자리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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