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소·채권단 갈등…꼬이는 현대건설 인수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갈등이 인수전 2라운드에 접어들며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인수 후보자들끼리 맞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양해각서(MOU) 해지 가능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 내부의 갈등도 커지는 모습이다. 금융감독당국도 개입 의사를 내비쳐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인수 후보자간 '맞고소'=30일 현대차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 현대그룹 계열사 2개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두 회사가 현대건설 인수자금과 관련, 현대차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현대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데 대한 답이다.
그동안 현대그룹의 광고전과 소송에도 침묵을 지켜왔던 현대차가 이처럼 파격적인 맞대응에 나선 것은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현대그룹과 채권단간 MOU가 체결됐기 때문이다. 비록 외환은행의 독단적인 판단에 따른 MOU였지만 일단 체결된 이상 되돌릴 수는 없다.
현대차는 고소장 제출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개입도 강하게 요구했다. 외환은행의 위법과 현대상선의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예치금 출처를 조사해 달라는 게 요지였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경우 주주협의회의 위임에 따라 단독 판단으로 MOU 체결이 가능하므로 체결 자체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금융당국의 개입 역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채권단에서 정당한 사유를 들어 공식적으로 조사를 요청한다면 검토할 수는 있다" 면서도 "조사 권한은 없기 때문에 조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 범위는 한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MOU 해지 가능'VS 현대그룹 '그런 조항 없다'=현대그룹과 채권단 사이에 추가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벌어지던 줄다리기도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30일 채권단은 대표주간사인 메릴린치를 통해 현대그룹에 공문을 보내고, 앞으로 5영업일 내로 추가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오는 7일까지 나티시스 은행 대출계약서 등 자금조달의 적정성을 증명할 추가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채권단은 7일까지 현대그룹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협의를 통해 기한을 추가로 5영업일 연장시킨 후, 그래도 현대그룹이 자료제출에 불응할 경우에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 'MOU 해지'라는 극약처방까지 준비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채권단 운영위원회 3개 중 2개 금융기관의 협의만 있어도 MOU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채권단 요구기간 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MOU를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MOU 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이에 반발했다.
MOU 해지 가능성을 둘러싼 채권단과 현대그룹 사이의 대립은 일단 현대그룹이 유리하다. 실제로 MOU 상에 이같은 약정조항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공사는 법무법인을 통해 MOU 해지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만약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사실상 현대그룹에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가 없게 된다.
◆채권단 내부 갈등도 여전=채권단과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사이의 대립을 격화시킨 데는 외환은행의 독단적인 MOU 체결이 한몫했다.
당초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자금 적정성을 검증한 후 MOU를 체결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외환은행이 다른 운영위원회의 동의 없이 위임된 권한만으로 MOU를 체결했다. 당초 권한이 위임돼 있었으므로 법적 문제는 없지만, 주관회사 지위를 남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환은행의 이같은 돌출행동에는 채권단 구성원간의 입장차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론스타가 현대건설을 매각해 차익을 남기면 내년 1분기 론스타의 배당이익에 반영할 여지가 남아있다. 증권가에서도 1분기까지 외환은행 배당정책이 론스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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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공공기관인 정책금융공사와 정부가 주인인 우리은행의 경우는 자금 적정성을 검증하지 않고 현대건설을 넘겨줬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그룹의 자금 적정성 증빙이 미흡할 경우 주식매매계약(SPA)을 앞두고 열릴 주주협의회에서 비토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주주협의회에서 80%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본계약이 체결되며,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의결권은 22.5%로 공사가 반대할 경우 본계약 체결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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