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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슈퍼스타K와 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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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의 후폭풍이 거세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문화계, 종교계 등의 저명인사들까지도 앞다퉈 슈퍼스타K를 화두로 삼는다. 공정사회 모델이니, 코리안 드림이니 하는 어려운 얘기는 일단 덮어두기로 하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는가? 마치 한 편의 인간승리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짜릿하지 않았던가.

실력보다는 스타성이 더 중시되는 현대 미디어 세계에서 1등은커녕 본선에 오른 것만도 놀랍다는 청년이 우승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지극히 평범한, 아니 세속적 기준으로 보면 그에 못 미칠 수도 있는 그가 어떻게 해서 최고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일반 대중의 힘이다. 70% 비중을 가진 대중의 인터넷 투표가 전문가 심사결과를 뒤엎은 것이다. 우리 손으로 인기 가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다. 대중은 그 매력에 이끌려 인터넷 투표에 열렬히 참여한다. 내 손이 닿을 수 없다고 여겼던, 멀게만 느꼈던 분야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쾌감 때문이다.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기업 세계도 평범한 우리의 손이 닿기 어려운 곳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기업들도 우리 대중들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내 작은 의견이 그들의 수십억원, 수백억원짜리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기꺼이 그 손을 잡고 싶지 않은가? 이런 대중들의 심리를 꿰뚫은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 소비자만족도, 고객평가단 등 단순한 고객 의견 조사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이다.

세계 최대의 하드웨어 장비업체인 시스코(Cisco)의 사례를 보자. 시스코는 미래 사업방향과 전략을 정하는 과정에 일반 대중을 참여시킨다. 일종의 '사업 아이디어 오디션'을 여는 것이다. 여기에서 채택된 아이디어는 시스코의 사업 계획에 곧바로 반영된다.
올해 1월에 열린 '오디션'에는 156개국에서 3000여명이 참여해 800개가 넘는 온갖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일반 대중이지만 아이디어의 옥석을 가리는 것도 일반 대중이라는 점이다. 참가자들이 낸 아이디어에 누구라도 코멘트를 달고, 투표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중에 의해 걸러지는 과정을 거쳐 1등이 결정된다.

2010년도 1등은 멕시코 대학생들이 내놓은 가상현실 관련 아이디어에 돌아갔다. 이는 곧 시스코의 차세대 신사업으로 선정됐다.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비용이 많이 들겠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스코 입장에서 보면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시스코가 누린 홍보 효과는 돈으로 단순하게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큰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 한 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이 있다. 한 명의 천재보다는 10명의 둔재가 합심해서 만든 아이디어가 더 가치 있다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그룹 지니어스' 개념이다. 한 명 한 명의 힘은 미미하지만 다수의 대중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방송에서 또 기업경영에서 '공개 오디션'을 여는 이유이다.

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의 대응을 놓고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가 보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 이념이나 정치적 득실이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이해타산을 따지기에는 아들과 아버지를 잃은 유족과 우리국민의 슬픔과 분노가 너무 크지 않은가. 이럴 때일수록 민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대중에게 길을 묻는 것이 어떨까.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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