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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에너지 먹는 호화청사 또 혈세들여 공사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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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호화청사 건축에 국민의 혈세를 사용한 지자체들이 이번에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또다시 세금을 축낼 판이다.

8일 행정안전부가 2005년 이후 신축된 청사들의 에너지 효율 등급을 조사한 결과 총 28곳 가운데 9곳은 등급조차 매길 수 없는 등외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호화청사로 지목됐던 일부 지자체들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호사를 부려왔던 것이다.
실제 공사비만 각각 3000억원, 1600억원이 투입된 성남시청과 용인시청은 최하인 5등급도 못 받았다. 특히 부산동구청의 연간 ㎡당 에너지 사용량은 843kwh로 2등급을 받은 서울시(312kwh) 사용량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현재 공사 중인 청사들도 에너지 효율면에서는 엉망이었다. 신축 예정인 7곳 가운데 충남도청, 당진군청, 완주군청은 4등급을 받았으며 신안군청은 등급 안에 들지도 못했다.

이에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결국 수천억을 들여 지은 청사에 다시 한 번 혈세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성남시는 약 20억원을 들여 출입문을 교체하고 단열 패널 등을 설치해야하며 용인시청 역시 20억원을 투입해 각종 시설을 뜯어고쳐야한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시설개선에 소요되는 초기비용은 약 200억원이다. 40년 사용 기준으로 총 535억원 상당의 전기·가스료 등 운영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게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설명이지만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청사들의 시설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3등급조차 받지 못하는 곳이 7곳에 달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 평가에서 등외판정을 받은 부산동구청은 개선이 이뤄져도 여전히 ‘등외’로 남게 된다.

지난해 11월 청사를 공개했던 성남시청은 당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시스템을 건물설계에 반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성남시는 공개와 동시에 호화청사라는 지적을 받았고 얼마 뒤 파산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이제는 없는 돈을 또 마련해 관련 설비를 재정비해야한다.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자리를 통해 청사 외부를 유리로 장식하거나 내부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지자체를 언급하며 “(호화청사를)뜯어고쳐서라도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1년여만에 이 대통령의 지시는 실행된다. 정말 뜯어고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눈부신 청사 짓기에만 몰두한 지자체들의 실속없는 운영에 국민들의 피같은 돈만 나가게 생겼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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