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준비안된 G20 준비위, '땡전뉴스' 부활?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그럼 주관사 기자들 말고는 집에서 TV나 보면서 기사 쓰라는 얘긴가요?"지난 2일 오전 삼청동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회의실. 5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이날 브리핑은 G20준비위가 서울 정상회의 당일 스케줄과 풀기자단(지원이나 추첨을 통해 현장을 취재해 자료를 공유하는 기자단) 구성 등 취재 관련 내용을 안내한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행사 스케줄을 확인하고 풀 구성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했던 기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듯 했다. 회의가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각국 정상과 배우자의 행사 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G20 준비위는 "미정" "탄력적 운용" 등 무성의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간단히 말해 '모른다'는 얘기였다. 앞서 경주와 부산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 당시 드러났던 운영 미숙 문제가 새삼 불거지는 분위기였다. G20준비위와 기획재정부간의 업무 분장에서도 파열음이 적지 않은 듯 했다.
더욱 기막힌 것은 주관사 외 4~6인의 청와대 출입기자를 빼면 국내 어떤 언론사도 행사장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당당히 밝힌 대목이다. G20준비위측은 "워낙 취재 인원이 많아 어쩔 수 없다"며 "생중계도 해주고 주관사가 취재분을 공유하니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폈다.
현장에 모인 기자들 사이에 '안내하는 내용이 없는 안내 브리핑' '취재하지 말라는 취재 지원 계획' 아니냐는 웅성거림이 들렸다. 일부 기자는 "G20 준비위가 허무개그를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순간 신군부가 집권했던 1980년대 '땡전뉴스'가 머리를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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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언론들은 사안의 이면을 들여다 볼 기회를 사실상 원천봉쇄당하는 꼴이 된다. 서울 정상회의를 보는 '기자들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쏠릴 수 있다는 뜻이다. 잘된 일만 부각되고 부족한 부분은 그냥 묻혀버릴 공산이 크다. 단점이나 실패 경험도 엄연한 자산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답답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G20서울 정상회의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결실을 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G20준비위의 대응 수준은 기대이하였다. 하긴 브리핑을 청해 놓고 안내 팸플릿마저 부족해 쩔쩔 맬 정도였으니... '준비안된 준비위'가 국격(國格) 상승의 호기를 덮어버리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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