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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제 하산할 일만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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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진행해온 경기회복 속도가 정점을 찍고 나서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생산의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향후 경기전망도 밝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수출과 무역흑자는 10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꼭지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연말과 내년부터는 세계경제가 둔화되는 가운데 그간의 성장을 이끌어온 기저효과가 끝나고 환율하락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로 고공행진이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제조업 활력 떨어져= 경기활력의 근간은 역시 제조업의 활동성이다. 그러나 이의 대표적인 산업생산이 지난 9월에 11개월 만에 한자릿수 증가에 그쳤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전년동월에 비해 3.9%증가했으나 전월대비 0.4% 감소했다. 전년동월대비로 그간 10∼30%대 증가율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꺾인 것이다. 전월 대비로도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도 9개월째 하락했고 경기동행지수는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7%, 작년 동기 대비 4.5%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분기 대비로는 1분기 2.1%에서 2분기 1.4%에 이어 큰 폭으로 낮아졌다. 작년 동기 대비로도 1분기 8.1%, 2분기 7.2%와 비교해 둔화 폭이 확대됐다. 전분기대비로 제조업 성장률은 2.0%로 전 분기의 5.2%보다 반토막이 났다. 건설업 성장률은 전 분기 -0.9%에서 0.4%로 플러스 반전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물가불안 여전=배추, 무 값이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는 식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10월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4%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이상 기온 등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생선과 채소 등 신선식품 지수는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인 49.4% 급등했다. 정부 관계자는 "10월 중순 이후 배추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11월에는 전체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 초반대로 복귀하고 연간 물가 또한 3%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그러나 지난달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보고서'에서 인플레 가능성과 우려를 처음 언급한 바 있다. 재정부는 "세계 경제는 원만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주요국의 경기회복 지연 소지, 환율 변동성 확대, 유럽 재정 문제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10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8로 지난 7월 112에서 8월 110, 9월 109에 이어 3개월째 하락하며 올들어 최저치를 나타냈다. CSI는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응답자가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잘 나가는 수출 언제까지=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6%, 내년에는 5%내외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각종 연구기관들은 내년 경제전망을 3,4%대로 낮춰보고 있다.

전문기관들은 내년도 우리 경제는 ▲미국의 공공 및 민간의 부채조정, 유럽 재정긴축, 중국의 긴축기조 등에 따른 세계경제 회복세 둔화 ▲대내적으로 거시정책 기조의 정상화에 따른 경기부양여력 약화 ▲2010년에 누렸던 기저효과의 소멸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중국이 인플레 기대억제를 낮추려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최대 시장인 중국 내수시장의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환율전쟁을 종식에 합의하고 경상수지 목표관리제 등에 나설 경우 주요국의 경기회복은 더욱 더딜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선진흑자국으로 분류돼 경상수지 목표 가이드라인에 따른 불이익을 안받더라도 환율에 대해서는 조정을 받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환율 또한 과도하게 절하되지 않아 과열 압력도 없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규모 자본 유입을 대처하는 방법으로 환율에 대한 정부의 불개입과 투기자본 규제책을 제시했다. 환율을 자유롭게 작동하도록 놔두라는 것은 정부가 그간 해온 환율의 미세조정이 없이 환율의 등락폭을 그대로 수용해야 된다는 의미다. 수출기업으로서는 급격한 환율변동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게 된다.

우리 수출과 무역수지는 지난해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보다 수입이 큰 폭 감소해 소위 불황형흑자를 냈다. 올 들어서는 경기회복으로 수출입 모두 크게 증가해 10월 중에는 수출, 흑자 모두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연간 무역흑자도 당초 전망치(320억달러)를 넘어 작년 수준인 400억달러 돌파도 무난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에도 매월 20%이상의 수출증가율과 월평균 3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낼 수 있을지는 어렵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내년 수출(달러금액)은 선진국의 재정긴축 및 가계부채조정에 따른 수요감소, 중국의 긴축 전환, 원/달러 환율하락, 수출시장에서 경쟁격화 등으로 증가율이 한자릿 수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연은 또 "수입은 성장률 및 수출둔화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하락하겠지만 환율하락과 단가상승 등에 힘입어 수출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둔화와 수입증가는 흑자폭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경상수지 흑자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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