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불확실한 시대의 미래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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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치ㆍ경제ㆍ사회 모든 면이 그렇고, 국내외적으로도 그렇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멕시코의 한 마을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플루가 몇 달만에 전 세계로 확산되고, 뉴욕 월가(街)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 전 세계의 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버린다.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우리에게 절박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은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근대과학과 통계학 덕분이다. 자연의 변화가 변덕스러운 신(神)의 뜻에 의한 것이 아니라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자연법칙'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심지어 자유의지에 따라 제멋대로 사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에서도 상당수준 예측이 가능한 규칙성을 찾아냈다. 확률을 기반으로 하는 '통계적 분석'이 바로 핵심이다.

물론 일식이나 월식처럼 수천년 동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측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산소와 수소를 섞어주면 반드시 물이 만들어진다는 화학적 변화도 확실하게 예측 가능하다. 지난 350년간 물리, 화학, 생물, 지질, 천문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 우리의 미래 예측 능력은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넉넉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고, 평등한 삶은 우리 스스로 개발해낸 우리 자신의 놀라운 예측과 설명 능력의 산물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아니다. 일기예보가 대표적인 경우다. 현대의 일기예보 기술은 불과 반세기 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기상관측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예보가 불가능하다. 레이더, 인공위성, 인터넷, 슈퍼컴퓨터 등이 모두 필요하다. 물론 수치 예보 모델도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일기예보 능력이 신(神)의 경지에 이른 것은 절대 아니다. 아직도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슈퍼컴퓨터의 1차 예보를 수정하고 보완해줄 '예보관'이 필요하다. 아직도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대단히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기상청의 예보에 대한 우리의 지나친 기대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예보 능력이 언론 보도처럼 뒤처진 것은 결코 아니다. 정확한 일기예보가 쉽지 않은 우리의 지리적 환경을 고려하면 우리의 강수예보 적중률은 낮은 것이 아니라 대단한 것이다. 슈퍼컴퓨터와 기상위성은 사치품이 아니라 정확한 예보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품이다. 슈퍼컴퓨터까지 사줬는데 왜 이 정도 수준이냐는 불평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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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우리 환경에 맞는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하고, 충분한 경험을 가진 예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일기예보가 주말 나들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기상재난을 대비하기 위한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일기예보가 아니라 사회예측 능력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전망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인구와 교육 문제에 대한 예측 능력 부재는 심각한 문제다. 배추 값을 비롯한 물가에 대한 우리의 형편없는 예측과 관리 수준은 외국 언론에도 화제가 됐을 정도다. 진정한 국격(國格) 향상을 위해서는 일기예보는 물론이고 사회예측 능력 향상을 위해 우리 스스로 한층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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