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건축 가로막는 '갈색정책'?
에너지절감 적고 겉모양만 바꾼 리모델링 속출
신축 위주 친환경 제도.. 기존 건물로 확대해야
[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서울역 앞에 우뚝 선 서울스퀘어. 이 건물은 옛 대우빌딩으로 유명하다. 모건스탠리가 금호그룹에서 인수, 지난 2008년 1월부터 1년10개월동안 리모델링을 마치고 다시 오픈한지 1년째를 맞았다.
장방형 사각형 건물이 단조롭고 고루한 느낌을 줬지만 리모델링 후엔 세련된 모습을 갖게 됐다. 지하 아케이드도 크게 바뀌며 인근 직장인들을 끌어들인다. 외관도 칙칙한 색깔을 바꿔입었다.
그런데 녹색건축 정착을 주창하는 전문가들은 이 건물의 리모델링이 '갈색 리모델링의 대표사례'라고 혹평한다. 에너지 성능 개선이 적고 내부 인테리어와 외관을 바꾸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진정한 리모델링이라면 건축물 사용자의 편의를 제고하면서도 그린건축물로서 기능을 향상하도록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후된 전기설비를 개량하거나 고효율 LED 전등으로 교체하는데 그치지 않고 창호와 단열 등 외피부분을 바꿔 에너지 절감 건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건축물의 외피는 에너지의 60%를 절약할 수 있는 녹색건축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다.
'갈색 리모델링'이 진행된 빌딩은 이곳 뿐만이 아니다. 충무로 극동빌딩, 삼각지 국제빌딩 등 상당수의 대형 빌딩 리모델링이 에너지 성능개선에 지극히 소극적이라고 평가한다.
조규수 녹색건설기술(주) 소장은 "녹색정책에 걸맞는 리모델링이 아쉽다"면서 "건축주의 자산관리 수단에만 머무르는 리모델링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대형 건설사 건축기술팀장으로 근무해오다 '그린 리모델링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올 초 독립했다.
'갈색 리모델링'이 횡행하는 것은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녹색건축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주창한 이후 정부는 건축물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발표하고 녹색건축물 활성화 방안을 확정하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발표한 정책만 해도 에너지절약형 친환경 주택 건설기준, 녹색도시·건축물 활성화방안 등이 있다. 청와대가 주도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도 시행됐다. 이렇게 정부의 의욕은 강하지만 실제로 '그린건축'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곳곳에 널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건축주의 태도다. 가치를 올려 이익을 남기고 되팔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한 녹색건축물로 변화는 쉽지 않다. 외국계든 국내 자본이든 대형 빌딩을 사들여 치장을 바꾸고 이익을 챙겨 빠져나가려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녹색건축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나 내장재 일부를 바꾸는 데 머물고 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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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신축건물 위주의 녹색건축정책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5년부터 외부 유입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의무화하는 등 녹색도시 정책을 수립했다"면서 "그러나 기존 건축물의 경우 추가비용을 들여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어 각종 인증제도를 강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유를 할 수는 있지만 의무부담을 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에너지기술연구원 박효순 박사는 "기존 건축물의 녹색리모델링은 추가비용 문제가 핵심"이라며 "녹색리모델링이 확산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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