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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건물 때문에.. 스페인 경제회복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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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건설 붐 당시 지은 최고층 건물 토레 루가노. 현재는 건설이 중단된 상태다.

스페인 건설 붐 당시 지은 최고층 건물 토레 루가노. 현재는 건설이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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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스페인 건설 붐 당시 지은 건물들이 경제 회복에 짐이 되고 있다. 최근 스페인 정부가 긴축 정책을 펼치고 은행 건전성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위기의 주범인 건설 붐의 부작용이 남아 있어 경제 회복에 어려움이 있다고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의 경우 건설업체들이 호황을 이끌었던 2006년 당시 수많은 일자리들이 창출돼 지역 내 실업률이 스페인 전체 실업률 이하로 떨어졌다. 2008년에는 건설 부문이 지역 경제의 12%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부동산 거품이 터지자 스페인 경제에는 암운이 드리워졌다.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건설이 중단된 건물이 잇따라 생겨났다. 건설업체가 대출금을 갚지 못함에 따라 호황기에 대출을 5배 이상 확대한 저축은행도 타격을 받았다. 은행의 부실 대출 비율이 증가하고 압류 자산이 늘어나면서 건전성이 약화되고, 다시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3년 전 1%에도 못 미쳤던 스페인 은행들의 부실 자산 비율은 현재 5.4%로 치솟았다. 스페인 은행 전체 대출 중 1650억유로(건설과 부동산 부문 대출금의 37%)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최근 은행들이 경기가 회복되면 자산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부실 자산을 털어내지 않음으로써 위기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부실 자산을 처리하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곳에는 돈이 흘러들어가지 않는다.
루이스 가리카노 런던경제학교 교수는 “스페인 은행들은 손해를 메우기 위해 (부실 자산을 처리하지 않고) 자금을 쥐고 있다”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은행들도 잃어버린 10년에 들어설 당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무려 4년 동안이나 부실 자산을 털어내지 않았고 이는 경제 성장에 독(毒)으로 작용했다. 2002년 기준 일본 은행들의 부실 자산 비율은 전체 대출의 8.4%를 차지했다.

스페인 정부가 뒤늦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상향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건설 붐 당시 지은 미분양 주택 전부를 매각하려면 최소 3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스페인 소비자들이 상당 기간 지갑을 열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경제 회복은 더딜 수 밖에 없다.

WSJ는 건설이 중단된 최고층 주거 빌딩 토레 루가노를 지적하며 "경제 번영에 대한 바람과 잔인한 현실의 차이는 토레 루가노의 높이인 420피트만큼이나 크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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