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60% 초반대에서 80% 후반대로↑…여전히 규제기준인 100%에는 미달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국내 은행들의 단기유동성비율(LCR: Liquidity Coverage Ratio)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60% 초반대에서 80% 후반대로 뛴 것. 하지만 여전히 규제기준인 100%에는 미달하는 실정이다.


17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LCR은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80% 후반에서 90% 초반인 것으로 파악됐다.

LCR은 은행이 보유한 고유동성자산을 위기 시 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10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한달간 은행에서 빠져나갈 현금보다 더 많은 고유동성자산을 보유하라는 취지다. 고유동성자산이란 위기상황에서도 가치손실이 적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즉, 현금·중앙은행 예치금·국채 등을 말한다.

지난해 말 바젤위원회(BCBS)가 발표했던 '자본 및 유동성 규제 개혁'(바젤Ⅲ) 초안의 기준 하에서 국내 은행들의 LCR은 60~65% 사이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7월말 바젤위원회(BCBS) 최고위급회의에서 제반 기준들이 대폭 완화돼 LCR이 30%포인트 가량 오른 것이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그룹인 바클레이즈의 추정치에 따르면 당초 기준에서 미국 은행들의 LCR은 75%였다. 우리나라 은행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던 것.


일부 유럽 선진 은행의 경우 이미 LCR이 100%를 넘어서는 곳도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은행들이 LCR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예금 등 도매자금보다는 개인예금 등의 소매자금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한다. 또한 국채나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등 우량 자산 보유도 늘려야 한다.


당초 LCR 기준에서는 금융기관 특정예금 및 정부·공공기관 예금, 중앙은행 담보부 차입금, 정부·공공기관에 대한 미사용 약정 등의 이탈률이 100%였다. 위기 시 이 자금들은 한달 안에 100% 전액이 인출될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최근 기준이 크게 완화되면서 금융기관 특정예금과 중앙은행 담보부 차입금은 25%, 정부·공공기관 예금은 75%, 정부·공공기관에 대한 미사용 약정은 10%로 각각 이탈률이 하향 조정됐다.


개인·중소기업 예금도 기존에 이탈률이 7.5~15%에서 5~10%로 내려갔고, 개인·중소기업에 대한 미사용 약정 역시 100%에서 10%로 크게 완화됐다.


특히 고유동성자산의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에는 현금과 중앙은행 예치금·국채·중앙은행 발행 채권 등이 100%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됐고, 회사채의 경우 신용등급별로 20~40%의 할인율이 적용됐다. AA 이상 등급은 20%, A- 이상은 40%의 할인율을 적용해 각각 80%와 60%만 고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했던 것.


새 기준에서는 외화표시 국채가 할인율이 적용되지 않는 100% 고유동성자산(레벨1 자산)에 추가되고, AA- 이상 회사채나 커버드본드와 A-~A+ 국채 및 공공기관 채권 등(레벨2 자산)이 전체 고유동성자산의 40% 한도로 인정된다.


다만 레벨2 고유동성자산의 경우 일괄적으로 15%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AA 회사채 1000억원을 보유한 경우 850억원만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되는 것.


할인율을 적용한 레벨2 자산의 액수가 전체 고유동성자산의 40%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은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즉, 은행의 레벨1 자산이 6조원이라고 가정할 때 레벨2 자산은 4조원까지만 인정해주는 것이다. 15% 할인율을 적용해 4조원 한도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이 보유한 레벨2 자산 중 4조7058억원까지만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금융채는 여전히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산업금융채권(산금채)와 중소기업금융채권을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BCBS에 건의해왔다.


그러나 BCBS의 입장은 처음부터 단호했다. 위기 발생 시 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유동성 가치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 등이 BCBS에 중금채·산금채 문제에 대해 건의했지만 중국 정도만 우리와 같은 입장이었고 그 외에는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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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당국은 LCR이 내년부터 4년간 관찰기간을 거쳐 2015년부터 실제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100% 충족에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개선해야 될 부분은 그간 국내 은행들이 유동성 자산을 많이 보유를 안 했다는 점"이라며 "주로 대출채권 중심으로 많이 갖고 있었는데 조달 측면에서도 도매자금 부분에 대해서 소매자금 위주로 더 금리를 강화한다든지 하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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