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대부분 충동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살률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10대 이후 전 연령층에서 고루 늘고 있으며 10대와 30대는 사고나 병에 걸려 죽은 이들보다 자살로 죽은 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게는 가족들의 가슴에 평생 한(恨)을 남기고 크게는 국가 전체의 건강성에 영향을 줌에 따라 자살 예방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사망자는 24만7000명으로 하루 평균 677명이 숨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3대 사망원인은 암(28.3%), 뇌혈관 질환(10.5%), 심장 질환(9.0%)으로 전체 사망자의 47.8%를 차지했다. 자살 사망자도 전체의 6.2%를 차지, 사망원인 4위였다. 운수사고의 경우 전체 사망률의 2.9%를 차지하면서 지난해 7위에서 6위로 사망원인 순위가 올라갔다.

최근 연도별 자살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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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만5천명 20%증가..남자가 여자에 비해 1.81배 높아=특히 자살률이 10대 이후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수는 1만5413명으로 2008년보다 2555명(19.9%)이 늘었다. 작년에는 하루 평균 42.2명, 평균 34분마다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수인 자살사망률은 31명으로 2008년보다 19.3% 늘었으며, 남자 자살률은 19.7%, 여자 자살률은 18.5%가 증가했다. 지난해 월별 자살자 구성비를 살펴보면 5~6월에 자살자의 20.8%가 발생해 1년 중 이 기간에 자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 비해 10대 이후 전 연령층에서 자살률이 증가했으며 10대는 40.7%, 30대 26.9%. 50대 24.9% 순으로 자살률이 증가했다. 자살률은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순위의 1위였으며, 40대와 50대는 사망원인 순위 2위였다.

성별로는 남자가 자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남자 자살률은 39.9명으로 여자 22.1명보다1.81배 높았다. 남녀간 자살률 성비는 20대가 거의 비슷한 수준(남 25.3명 여 25.4명)이었으며 50~60대의 남자 자살률은 여자보다 3배 이상 높았다.


▲OECD 평균 3배 육박= 인구10만명당 자살률은 1983년 8.7명에서 1995년 10.8명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18.4%)로 증가했다가 2001년(14.4%) 하락했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자살률은 1999년 대비 107.5% 증가(15.0%→31.0%)했다. 지난 20년간을 비교하면 1989년 한해 3133명이던 자살자수는 1999년 7056명으로 10년새 2배 증가했다가 2009년 1만5413명으로 20년만에 5배로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자는 인구10만만명당 10.3명(1989년)에서 20.9명(1999년), 39.9명(2009년)으로 20년새 4배 늘었고 여자는 4.4명에서 9.0명, 22.1명으로 같은기간 5배가 늘었다.

"욱해서 힘들어서 끊은 목숨..가족엔 평생 恨" 원본보기 아이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3개국의 최근 자료(한국은 2009년기준)에 따르면 OECD평균 10만명당 자살률은 11.2명으로 한국(28.4명)이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그리스(2.6명)에 비해서는 10배 이상 높은 수준. 낮은 순서로는 이탈리아(4.9%), 영국(5.8명), 스페인(6.3명), 호주(7.5명), 미국(10.1명), 캐나다(10.2명) 스웨덴(10.6명)등이 평균을 밑돌았다. 한국에 이어서는 헝가리(19.6명), 일본(19.4명), 스위스(14.3명), 프랑스(13.5명) 등이 평균을 웃돌았다.

▲자살 대부분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 자살 급증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유명인사들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모방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고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진실, 안재환(2008년), 장자연 등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이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생계가 어려워진 이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것도 자살률이 높아진 배경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원인에 대해서는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를 꼽는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인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가 생명보험공헌재단의 도움으로 올들어 전국 8개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기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경우가 84%를 차지했다. 이들은 우울증 51.9%, 양극성장애 9.3% 등 기분장애가 61.2%였고 적응장애 20.3%, 정신분열병 5.2%, 물질장애 3.6%, 인격장애 3% 등이었다. 특히 사전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자살을 기도한 경우가 84.5%에 달했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살 기도한 경우도 40.4%에 이르렀다. 응급실에서 전체 자살기도자의 36.3%만이 향후 자살을 시도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3개월 추적 결과 32%만이 정신과적 치료를 받고 있었을 뿐 57%는 치료를 거부했고 1%는 다시 자살을 시도해 결국 사망했다.

월별 자살자 비중

월별 자살자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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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좋게보는 인식도 늘어..자살예방센터 등 국가가 나서야=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을지병원 정신과 조근호 교수는 "자살하는 사람의 3분의 2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며 이 중 3분의 2는 우을증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흡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학 교실이 1987년부터 1996년까지 현역 미군 3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자살 위험률이 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에 대한 인식도 문제다. 한국리서치의 지난해 8월 자살 인식도를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자살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는데 64%나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은 개인보다 사회에 그 책임이 있다(62%),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자살하는 사람은 존경받아야 한다(27%), 자살이 유일한 해결책인 상황이 있다(21%)에 찬성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의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87%, 자살에 대한 매스컴 보도가 너무 자극적이라는데 69%가 공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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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지난 한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인터넷 동반자살, 유명인들의 잇따른 자살로 인해 자살이 유행처럼 번진 최악의 한해였다"며 "정부뿐 아니라 시민단체, 종교계, 언론계가 자살을 줄이기 위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자살 예방센터를 설치하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자살예방센터는 자살예방교육, 정신질환 위기관리 체계, 정신보건응급시스템 확보, 자살예방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추진한다. 오 의원은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 등이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체계적으로 기울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키 위해 개정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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