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최근 경기도 절반 크기의 이슬람 국가인 브루나이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브루나이는 전적으로 원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부국으로 2008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5874달러(미국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빈부의 차가 상당히 심하긴 하지만 국민들은 무료 교육ㆍ의료 혜택, 개인소득세 면제 등으로 국왕체제에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브루나이 방문 기간 처음으로 '할랄'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브루나이가 원유ㆍ천연가스가 아닌 새롭게 도전하는 사업 브랜드라 할 수 있습니다.
할랄은 도살할 때 거행하는 이슬람 의식을 이르는 말로, 아랍어로는 '허용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닭고기와 쇠고기도 할랄을 하지 않은 것은 먹지 않습니다.
브루나이에서는 이 할랄 브랜드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슬람국가에 가전제품, 의류, 음식 등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브루나이에서 할랄 브랜드 인증을 받으라는 얘깁니다.
이쯤되면 브루나이가 인증한다고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 할랄 제품을 더 많이 살 것이란 보장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법 합니다.
그래서 "이슬람 국가에 제품을 팔고자 하더라도 굳이 할랄 인증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 직접 해당 국가와 계약을 맺고 팔면 되지 않느냐"라고 브루나이 산업자원부 공무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질문을 받은 공무원은 "물론 한국이 직접 해당국가와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을 수출해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이슬람 국가보다 철저한 신앙심을 갖고 있는 깨끗하고, 차별화된 국가다. 우리는 쉽게 할랄 인증을 해주지 않는다. 화장품의 경우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가도 꼼꼼히 살피는 등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 인증을 내준다.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 할랄 브랜드 인증을 받은 제품을 믿고 살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0년 이상을 브루나이에서 살고 있으며, 이번 방문에 함께 동행한 한 교민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정말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다른 이슬람 국가들이 더 선호하냐고"
그 교민 역시 "사실이다. 브루나이는 다른 이슬람 국가보다 신앙심이 투철하고 생활도 철저해 이슬람 국가들의 모범이 되고 있기 때문에 브루나이에서 인증한 제품은 믿고 사는 것이 현실"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브루나이 정부는 할랄 브랜드 인증 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중점 육성할 만큼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할랄이 제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 하면 할랄 인증 받으면 개별 이슬람 국가와 접촉하지 않아도 한국이 이슬람 시장을 보다 손쉽게 진출, 선점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실제로 할랄 인증을 통한 이슬람 시장 진출을 위해 브루나이 정부와 접촉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가 사업성ㆍ조건 등을 철저히 고려해야 하겠지만, 이슬람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할랄을 외면하기 보다는 이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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