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그리스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판 리먼 사태'가 현실화 될 조짐이다. 유럽 대형은행의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동시에 은행권 자금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는 등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전 글로벌 금융시장에 나타났던 현상이 유럽에서 재현, 시장 불안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금융업계에 이른바 '거래상대방 리스크'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면서 유동성 경색이 가시화될 경우 유럽 재정 불량국을 중심으로 은행권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 금융시장 지표 '적신호' = 유럽 주변국의 부채 위기에 따라 거래상대방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제2의 금융위기가 발생할 위기라고 6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은행간 자금 거래에서 거래 상대방의 리스크에 대한 프리미엄을 나타내는 OIS 스프레드의 급등과 대형 우량은행의 CDS 상승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붕괴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3월말 20을 밑돌았던 OIS 스프레드는 이번주 30을 훌쩍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OIS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할수록 은행권이 타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을 크게 기피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은행간 대출이 단기 거래에 집중되는 현상도 위험 신호다. 자금중개업체에 따르면 유럽 은행간 1일 자금회전 규모인 4500억유로 가운데 90%가 초단기 대출인 오버나이트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권의 신용 경색이 가시화되는 것으로 풀이되며,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은행을 중심으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파산할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업계 애널리스트는 은행간 자금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금융권에 또 다른 위기가 닥쳐올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도이체방크와 바클레이스캐피털, BNP파리바, 소시에테 제네럴(SG) 등 유럽 대형은행까지 CDS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특히 지난달 하순까지 100을 밑돌았던 도이체방크와 SG의 CDS 프리미엄은 최근 150에 근접했다.


◆ 금융권 신용경색 우려 고조 = 이처럼 금융시장 주요 지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의 부채 우려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금융권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만 800억유로에 달한다.


은행간 신용 경색이 심화되면 약체로 평가되고 있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소형은행들의 자금줄이 우선적으로 막힐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론 당장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올해 말까지는 예금액이나 예비금에서 자금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줄이 차단되고, 유로존의 재정난이 해소되기 않을 경우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금중개업체 아이캡의 돈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거래상대방 리스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의 일부 소형은행을 벼랑끝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리먼 붕괴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튤렛 프레본의 레나 코미레바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국가 위험이 심화되면서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특히 은행 자본에 대한 우려가 크고, 이같은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은행간에 서로 대출을 꺼리는 것은 거래상대방 위험 뿐 아니라 유동성과 지급능력 위험 때문”이라며 "이 같은 모든 위험 때문에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유로존이 붕괴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 ECB '특단 대책' 내놔야 = 제2의 금융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가 보다 적극적인 양적완화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볼루션의 게리 젠킨스 채권리서치부문 대표는 “대다수 시장전문가들은 통화 뿐만 아니라 재정적 연합이 있지 않는다면 유로존 붕괴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안정을 꾀하고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지난해 영란은행(BOE)이 그랬듯 ECB도 유로존 국가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형태의 양적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라의 프레드 굿윈 스트래티지스트는 "ECB는 금융권에서도 CDS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며, OIS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현상을 좌시해서는 곤란하다”며 “ECB가 양적완화에 나서야 하며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국채를 대량 보유한 7개 은행(포르티스, 덱시아, 소시에테 제네럴, BNP파리바, ING, 바클레이즈, 도이체방크)의 CDS 스프레드가 이번주 연간 최고치로 상승하며 투자자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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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는 “가까운 시일내로 상당수 은행들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지만 거래상대방 위험은 매우 큰 고민거리”라며 “지금은 ECB가 움직일 때”라고 강조했다. 만약 ECB가 양적완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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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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