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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밤을 잊은 '끝장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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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시혜적 정책 반복, 정책과 현장 괴리(탁상행정), 변화 거부, 소통 부재, 비전 부재.' 농식품부 공직자들이 꼽은 5가지 망하는 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 주재로 21-22일 양일에 거쳐 경기도 수원 권선구 농업연수원에서 '창조적 파괴를 위한 무박 2일 워크숍'을 가졌다. 이 날 워크숍은 농식품부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역발상으로 농식품부가 망하는 길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날 토론에서 직원들은 농어업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수립·추진하거나, 일관성 없는 행정을 계속하는 등의 탁상행정이나, 변화를 거부하는 철밥통 문화가 지속될 때도 농식품부가 망하는 첫 걸음이라며 자기반성적 고백이 이어졌다.

이번 워크숍은 장 장관을 비롯해 200여명의 간부급 직원들이 모여 이례적으로 일요일 오후 3시에 시작해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잠을 자지 않고 무박으로 마라톤 토론을 통해 농식품부의 변화와 개혁을 꾀하자는 자리였다.

장 장관은 이날 토론에 앞서 “1500년간 아일랜드를 오닐 가문이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땅을 처음 차지했던 헤레몬이 자신의 손을 자르는 빠른 결단과 자기희생이 밑받침 됐듯이 이제는 농식품부도 그러한 각오로 임해야할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헤레몬의 손은 기원전 10세기경 아일랜드를 두고 다툼이 일면서 ‘손이 먼저 닿는 사람’이 그 땅을 지배하기로 약속을 하면서 헤레몬이 자신의 손목을 칼로 잘라 피 묻은 손을 경쟁자보다 먼저 손이 육지에 닿게 해 승자가 돼 왕에 오른 전설을 말한다.

장 장관은 헤레몬의 손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 “지금 농업, 수산업, 식품산업 모두가 결단을 내려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헤레몬이 직접 자기의 손을 잘라 아일랜드라는 거대한 옥토를 얻었듯이 우리도 희생을 각오하고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민승규 1차관은 “농민은 그냥 탈 수 있는 그네를 원하는데, 농업기관, 정치인, 담당 부처 등의 손에 거쳐 모양만 그럴싸하고 정작 탈수 없는 그네를 만들어 놓은 게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며 소통 부족 등의 노력을 등한시에 수요자가 탈수 없는 그네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민 차관은 창조적 파괴는 곧 발상의 전환이라며 바로크 시대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을 기타, 가야금 연주, 비보이 퍼포먼스 등 다양하게 변주해 연주한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농식품부의 고정관념을 깰 것을 주문했다.

또한 동영상을 통해, 또는 워크숍 현장에 직접 나온 농업인과 어업인, 식품업 종사자, 유통업 종사자, 농식품 소비자 등으로부터 농식품 정책의 모자란 점, 잘못된 점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정부가 정책 전반에 관해 정책 수요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비판을 듣는 장(場)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전남 해남의 어업인 김영길 씨는 동영상 발언을 통해 “도의 요구로 친환경 생산으로 전환했지만 실질적인 행정 당국의 도움이 전혀 없다”며 “어민과 소비자가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행정 당국이 발판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남의 농업인 이경임씨는 “귀농한 지 7년 정도 됐는데 문제는 농업인과 공무원의 관계가 갑(甲)과 을(乙)의 관계라는 것”이라며 “공무원과 농업인이 갑과 갑의 관계로 간다면 농업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식품업자인 이정숙씨(경기 남양주)는 소금 고가(高價)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죽염이 좋다고 무조건 고가로 팔아선 안 된다”며 “누구든지 먹을 수 있도록, 모두에게 건강을 줄 수 있도록 국가에서 이 분야에 많은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곤충 사육에 종사하는 여운하(충북 영동)씨는 곤충을 식품으로 개발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고, 자망(그물) 어업을 하는 박권종씨(강원 속초)는 정부가 수산업을 홀대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며 "앞으로 장관께선 수산업 담당자가 세 번 이상 출장을 가지 않으면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분임토론에 참여한 간부는 “농담 한마디 할 수 없을 정도로 토론 과제가 빽빽하게 이어졌다”며 “농식품부가 망하는 길을 모색하다보니, 우리가 그동안 무엇이 부족했는지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토론을 하다보니 농식품부가 망하기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거꾸로 농식품부가 발전하려면 얼마나 힘들지에 대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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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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