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만 가는 고철에도 때아닌 품귀현상 심화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지난 23일 서울시 외곽 한 주택가에 위치한 재활용품 수집상 공터에는 각종 철스크랩(고철)이 수m 높이로 쌓여있다.


매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수집해오는 폐지와 공병을 모아두기 위해 고철이 어느 정도 쌓이면 대형 고철상에게 팔곤 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팔지 않고 쌓아뒀다고 한다.

수집상 사장은 "가격이 안 맞는다. 더 오를 텐데 손해보며 팔 순 없지 않느냐"라면서 "인근 수집상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철스크랩 품귀 현상이 심화 되고 있다. 건축에 주로 쓰이는 철근, 형강, 선재(와이어로프) 등의 원재료인 철스크랩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제강사는 물론 철스크랩 유통상까지 철스크랩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강사들의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철스크랩 수요가 늘어난 게 외형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제강사들의 생산이 정점에 달했을 때에는 아무리 모아서 공급을 해도 물량이 달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그런데, 올초 사정은 조금 다르다. 제강사들에 철스크랩을 공급해야 할 유통상, 수집상들이 물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격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부족한 내수물량을 메우기 위해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수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외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과 인도가 국제시장에 나온 철스크랩을 싹쓸이 하다시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입물량이 적은 한국업체에게 물량이 적게 배당되고 있다.


지난해 감산에 들어가면서 철스크랩 수입량을 줄인 한국업체 대신 대량의 철스랩을 지속적으로 구매해 준 중국업체들이 더 중요한 고객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다보니 낮은 가격에 국내 제강사에 공급하느니 해외에 수출하는 게 낫다는 국내 유통상들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연간 t당 철스크랩 평균 수입가격은 333.5달러로 2005년 수준까지 떨어진 반면 수출가격은 856.7달러를 기록했다.


물량 기준으로도 수입량은 줄었지만 수출량은 늘었다. 부대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수출하면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수출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번 주말까지인 부가가치세 정산과 제강사들의 특별 구매 등의 영향으로 국내 유통상들이 물량을 풀어 수급 사정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이 또한 단기적인 효과에 불과할 것이며, 국내 유통상들의 공급 조절 및 수출량 확대, 수입량 확보 불안정이라는 철스크랩 시장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집상 앞마당에 수북이 쌓여있는 철스크랩이 국내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수집상과 제강사를 이어주는 유통상들은 수집상들의 가격인상 요구 및 제강사의 가격인하 압박에 시달리면서 재미를 못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업이익률이 1%대까지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러다 보니 부도를 내는 중소 유통상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철근, 형강 등이 가장 많이 쓰이는 건축시장이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건축에 필요한 이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비용부담이 커진 건축시장이 다시 위축될 기미를 보이면서 역시 건설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대리점 업체들도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내수 경기 부양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건설사는 물론 철강업황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철근과 형강 가격을 인상한 현대제철 이외에 다른 제강사들이 쉽게 가격 인상을 시도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연쇄효과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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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강업계 관계자는 "가격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철스크랩의 원활한 공급인데 공급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관련 업계의 큰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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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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