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약한고리' 급감..디폴트 진정 기대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올 들어 디폴트 기업들이 사상 최대 수준을 보였지만 '요주의' 기업이 줄어들면서 신용 리스크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2월15일 기준 이른바 '약한 고리'로 평가되는 기업이 모두 226개이며, 채무 금액은 2205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S&P가 집계하는 약한 고리에는 회사채 등급이 'B-' 이하이면서 강등 리스크가 있는 기업이 포함된다.

신용시장이 매우 불안하던 올 4월에는 이 같은 요주의 기업이 300개로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경기 전망이 밝아지고, 시장이 회복하면서 리스트에 오른 기업이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한달 사이 약한 고리에 해당하는 기업은 25개가 감소, 2004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S&P는 디폴트 기업 수가 앞으로 지난달 만큼 큰 폭으로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디폴트 율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들어 S&P가 집계한 전 세계 디폴트 기업은 모두 260개로 198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S&P는 디폴트 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11월말 기준 9.77%이라고 밝혔다. 1991년 7월 기록한 12.86%의 디폴트 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

하지만 S&P는 앞으로 디폴트 율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P의 다이앤 바자 애널리스트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디폴트를 선언했지만 더 이상 파산 기업들의 디폴트 선언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여전히 취약한 기업이 여전히 상당수에 이르며, 디폴트가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디폴트 사이클이 변곡점을 맞은 상황"이라며 기업 디폴트 사이클의 추세 전환을 암시하는 핵심 선행지표가 나타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 평가했다.

또 내년 디폴트 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자본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유동성을 확충한 금융회사들이 지불 유예나 채무재조정을 위기 당시에 비해 우호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

상황이 호전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채무 감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S&P는 경고했다. 2003~2007년 사이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수익성과 성장성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 리스크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편 지난 10년간 S&P의 '약한 고리'로 분류된 기업이 1년 내 디폴트에 빠질 위험은 그밖의 정크 등급 기업에 비해 6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