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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성분 표시가 화학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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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은 성분·첨가물 표시
읽고 확인하고 의문을 갖자


미음으로 이유식을 시작한 아기에게 다른 음식들이 필요할 때였다. 대형마트의 이유식 코너에서 우연히 이유식 용기에 쓰여 있는 성분표시들을 읽기 시작했다. 화학 시간에나 들었을 법한 이름들이 자디잔 글씨로 쓰여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처음 먹이는 음식들이었다. 만약 화학 성분들이라면 아기에게 먹여도 되는 걸까?
그날부터 성분 표시를 들여다보는 것이 나의 주 임무가 되었다. 이유식에서 출발한 성분표시 읽기는 다른 제품들로 옮겨갔다. 어느 제품이나 포장지에 빼곡히 적힌 성분표시들은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암호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허용되는 식품첨가물은 627종에 이른다. 그러니 전공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이 식품첨가물을 다 외우고 해악에 대해 일일이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에 대한 보고는 끊임 없이 흘러나온다. 암 발병을 비롯한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되며 폭력성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하는 식품첨가물의 구체적인 피해 범위는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나의 가공식품에 적게는 몇 가지에서부터 많게는 몇십 가지의 식품첨가물이 들어간다. 식품첨가물의 성분이 집과 거리, 생활용품들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환경호르몬과 합쳐 우리 몸 안에서 어떤 작용을 일으킬지는 생각만 해도 오싹해진다.

국내 한 음료회사의 토마토주스를 살펴보았다. 상식적으로 토마토와 물 100%로 끝나야 할 성분표시는 '토마토 페이스트, 정제수, 설탕, 구연산, 합성착색료(토마토향), 증점제, 정제 소금, 비타민C, 젤란검, 락색소'로 이어진다. 몇 발 양보해 설탕이나 소금은 그렇다 쳐도 토마토로 만든 주스에 토마토향은 대체 왜 필요한지.
우선 제품의 색을 내기 위해서는 식용색소가 사용된다. 합성착색료와 락색소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제품의 잡냄새를 없애고 향을 더하기 위해 향료가 사용된다. 토마토주스의 경우 합성착색료가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단 맛을 더하기 위해서는 설탕과 구연산을 더한다. 합성비타민C는 산도조절제(PH조절제)의 역할을 한다. 양을 늘리기 위해 정제수가 더해지고, 주스를 걸죽하게 하기 위해 증점제가 사용된다. 젤란검은 증점제와 안정제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식품표백제, 유화제, 살균제, 살충제, 산화방지제, 산미료, 방부제, 방미제의 역할을 하는 수많은 식품첨가물이 가공식품에 투입된다. 부실한 재료로 그럴듯한 맛과 향, 모양을 지닌 상품을 만들려면 식품첨가물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게다가 식품첨가물의 사용은 제품의 양과 유통기한까지 늘여준다.

상황이 이렇다면 화학기호 외듯 식품 첨가물들을 달달 외워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 첨가물'의 저자 아베 쓰카사 씨가 말해준다. 그는 독자들에게 상식적으로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무엇보다, 부엌에서 쓰지 않는 성분이 사용된 가공식품은 피하라는 것. 토마토주스를 만들 때 증점제와 젤란검을 쓰는 가정은 없을 것이다. 국간장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는 메주를 쑤는 콩과 소금에 균을 죽이는 숯과 마른고추 정도가 추가될 뿐이다. 두부를 만들 때도 콩과 간수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처럼 부엌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물질이 피해야 할 식품 첨가물"이라고 그는 말한다. 성분표기를 꼼꼼하게 읽는 것과 이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 그리고 가공식품의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만이 우리 아이를 식품 첨가물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여세호 '친환경으로 키우는 우리 아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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