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지금은 거의 사라진 말이지만 과거 미국 월스트리트에는 ‘미망인주(株)’와 ‘고아주(株)’라는 것이 존재했다. 주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단기 급등락의 리스크가 작고,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이 미망인과 고아 주식으로 통했다. 대개 이런 종목은 리스크가 낮으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어 미망인이나 고아가 투자하기에 어울리는 종목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망인주나 고아주로 분류되는 종목은 대개 당시의 블루칩이었다. 외형이 크면서 시장에서 독점적인 입지를 다진 기업이 주로 여기에 속했다. 그러면서 배당 수익률이 높아야 미망인과 고아가 투자하기에 적합한 종목으로 평가 받았다.
업종별로는 가스와 통신, 전력과 같은 유틸리티 종목이 대표적인 미망인과 고아 종목으로 분류됐다. 유틸리티는 대부분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지니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의 제도적 보호를 받았기 때문.
파산할 위험이 낮으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했으니 투자 리스크가 그만큼 낮았고, 여기에 배당 수익까지 쏠쏠했으니 적금만큼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졌다. 은행주는 같은 부류로 평가받지 못했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 당시 버블과 붕괴에 깊게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정성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가 흐름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적이면서 배당 수익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종목을 찾는 수요가 적지 않다. 다만 주식시장과 산업의 구조는 과거와 같지 않다. 한 때 손실 혐오증에 걸린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망으로 여겨졌던 종목은 기업의 경영 전략이나 시장의 구조와 함께 변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AT&T다.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통신 업계에 구조적인 지각 변동이 일어났지만 이후에도 AT&T는 한동안 미망인 종목으로 통했다. 미국 정부가 AT&T의 기업 분할을 종용하면서 떨어져 나온 법인들 사이에 전에 없던 경쟁이 일어났지만 시장 지배력이나 배당 수익률을 감안할 때 여전히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AT&T는 더 이상 미망인과 고아 종목으로 분류되기 힘들어졌다. 사실 이 때까지도 많은 투자자들은 업계의 구조적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변화는 기업 전략의 수정과 시장의 지각변동에서 비롯됐다. 기술적인 진보와 정부의 탈규제화는 엄청난 경쟁을 촉발시켰고, 통신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면서 AT&T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시장 변화에 맞춰 AT&T도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고, 기업 인수를 통해 근본적인 체질 역시 바꿔야 했다.
사실 닷컴이 광풍을 일으켰던 1990년대 후반에는 안전한 방어주를 원하는 투자자가 극소수에 불과했다. 20% 내외의 고수익을 올리는 종목이 속출하자 투자자들은 안정성을 잠시 제쳐두고 대박을 터뜨리는 데 혈안이 됐던 것. AT&T도 주가 상승률만큼은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 AT&T를 미망인이 투자해도 좋을 만큼 안전한 종목으로 보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준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비즈니스 리스크가 주식 투자 리스크의 전부로 여겨졌지만 요즘 투자자들은 신용 리스크와 유동성 리스크 등 과거에 생각하지 않던 리스크 요인에 민감하다. 아무리 수익성이 뛰어난 기업이라고 해도 장부상의 수치들을 신뢰할 수 없다면 투자 선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
'상전벽해(桑田碧海)' '격세지감(隔世之感)' 주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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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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