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양보다 질이라는 말은 주식시장에서도 통한다. 겉모양만 그럴 듯 할 뿐 속빈강정이나 다름없는 종목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속이 꽉 찬 알짜 종목에 투자할 때 끝에 가서 웃을 수 있다.


기업의 질적인 평가는 결국 실적과 맞물린다. 분기마다 발표하는 이익을 접할 때 어떤 투자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에만 주목한다. 단순히 흑자가 나면 만족스러워 하거나 전년 동기에 비해 이익이 늘어난 경우 높은 점수를 준다. 시장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전망치보다 높은 이익을 낼 때 우수한 기업이라고 평가하는 투자자도 있다.

세 부류의 투자자가 이익을 보는 눈에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가 전부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이와 달리 수치로 드러나는 이익의 절대적인 수준보다 속을 들여다보는 투자자도 있다. 노련한 투자자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꼼꼼하게 뜯어보고 이익의 질을 살핀다. 질적인 측면이 향후 성장성을 가늠하는 데 보다 정확한 지표라는 사실을 이들은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익의 질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통상 이익의 질은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한다. 영속성과 통제력, 마지막으로 가시성이다.


이익이 대폭 늘어났다가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기업보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기업이 매력적이다. 재무제표에서 이익 증가가 어디에서 발생했는가를 확인하면 지속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대규모 감원을 실시하거나 자산을 매각해 이익을 늘린 기업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이익의 영속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산을 팔 때는 이익을 단번에 크게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자산을 팔아 이익을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뿐만 아니라 자산을 팔았다는 것은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기 위한 기반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한 자산을 다시 확보해 생산량을 늘리려면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감원도 마찬가지. 월급과 복리후생 비용을 줄여 이익을 띄우는 효과를 무기한 기대할 수는 없다. 또 직원이 줄어든 만큼 생산 규모도 위축된다. 투자한 기업의 이익이 크게 증가해도 이런 단기적인 처방에 따른 반짝 효과라면 머지않아 초라한 성적을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면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량이 증가하거나 생산 원가를 줄인 데 따라 이익이 늘어났다면 지속성을 기대해도 좋다. 신기술 개발이나 원자재 공급원 변경으로 한 번 떨어진 생산 원가는 상당 기간 같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익 증가가 지속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업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변수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이 중에는 통제할 수 없는 부분도 적지 않다. 환율이 대표적이다. 가령,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비중이 큰 기업은 영업을 아무리 잘 해도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실제 이익은 쪼그라든다. 환헤지로 손실 규모를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지만 헤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완벽한 방어라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인플레이션도 통제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기업의 재고자산은 통상 시장 가치로 장부에 기재된다. 몇 년이 지난 후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상품 가격이 오르면 판매 가격은 재고로 쌓일 때의 가격보다 훨씬 높아진다. 반면 경기 침체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이와 함께 원자재나 각종 에너지 가격, 기후도 통제 밖의 영역이다. 따라서 이익의 증가를 총매출액에서 비용을 차감한 금액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만 양질의 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익을 장부상으로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 현금흐름이 발생해야 한다. 기업의 이익은 장부에 숫자로 입력되는 시점과 실제로 은행 계좌로 돈이 들어오는 시점에 간극이 발생한다. 외상거래를 할 때 물건을 먼저 건네주고 차후에 받을 돈(외상매출액)을 당기의 실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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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렇게 장부에 올린 금액이 실제로 은행 계좌에 입금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데 있다. 물건을 외상으로 구매한 거래처에서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고, 물건만 챙긴 채 물건 값을 떼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상매출액이 지속적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이어 유동성이 막혀 부도를 낸 사례가 적지 않다. 이익의 지속성과 통제력을 확인하는 데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어디 한 번 보여줘 봐(show me the money)'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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