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오강현 대학석유협회장


세계경제 침체로 업계 역마진
국내 공급과잉 탓 경쟁 불가피
미래에너지 개발 · 해외수출 앞장

대담=김영무 부국장 겸 산업부장


"숙제가 많습니다. 협회장으로서 정유 업계를 대변할 입장만은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경제에서 석유 산업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업계는 물론 정부, 국민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유죠. 가교 역할을 하면서 꼬인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게 제 몫입니다"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만난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61ㆍ사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늘 자신감이 충만한 오 회장이지만 '기름 값'에 예민한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의 '소신 발언'은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그다.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 오 회장이 모처럼 용기를 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해 느낀 바가 컸고 정유 업계를 향한 국민들의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업계와 정부, 국민 간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큰 괴리에 대해 오 회장은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놨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정유 업계를 대변하는 '입'으로 통하는 오 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생각을 엿봤다.


◆정부와 국민의 매서운 눈초리 녹이겠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는 다름 아닌 '석유'였다. 정유 산업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가 컸지만 오히려 국민의 신뢰도는 떨어졌고 오해와 불신은 쌓였다.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기름 값이 예전에 비해 올랐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대표 정유 4사 중 2개는 적자를 시현했다. 기름 값을 높게 받으면서 정유사는 왜 적자를 냈을까.


오 회장은 정유 산업 종사자들이 실질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 속에 전방위적인 비난을 받으면서 사기가 저하돼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요가 확 줄었고, 원유를 정제할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과 인도 등 후발 산유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수출 시장도 여의치 않다"며 "산업 자체가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주유소를 통해 기름을 팔아서 정유사를 운영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 정유사 입장에선 새로운 수익원을 찾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유사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정유를 비롯해 자동차, 철강 등 자본 집약적인 장치 산업의 경우 선진국은 물론 어느 나라나 과점 체제라는 게 오 회장 견해다. 그는 "일반적인 경제 이론으로 접근하는 것은 정유 업계 실상이나 자본 집약적인 대규모 투자 사업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점 체제 속에 경쟁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정부의 감시가 당연히 필요하지만 국내 정유 업계의 경우 공급 과잉 상태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오 회장은 "국내 유가 산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알리고 국제 가격이 국내 가격에 적정하게 반영되는지 여부 등 업계의 실상을 소상히 알리는데 앞장 서 오해를 해소하고 보다 국민 곁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오 회장이 가장 원하는 바다.


◆정유 업계 나아갈 방향타 될 터


정유 업계 불황의 골이 깊어간다. 정제마진 개선 폭은 매우 더디고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효자 노릇은 힘들 것이란 공통된 견해다. 오 회장도 "고도화 시설 확충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고 수출 확대로 불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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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덧붙여 그가 강조하는 부분은 미래 에너지 개발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을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전통적 강대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등 신흥 성장국 사이에는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오 회장은 "우리나라도 해외 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정부에서 총리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자원 외교를 펼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산유국에 상대국이 필요로 하는 도로, 항만, 철도 등과 같은 필수 기반 시설을 건설해주고 그 대가로 자원 개발권을 확보하는 한국형 자원 개발 모델인 '동반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 업계에서도 해외 유전 개발에 대한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투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다른 정유사에 비해 SK에너지의 경우 해외 자원 개발 등을 통해 상당한 노하우와 실적을 쌓고 있어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면서도 "외국 합작사라면 급작스런 사업 구조 변신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해외 사업 파트너와의 협력을 모색할 기회가 많고 새로운 방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정리=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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