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만나는 가전의 비밀>
덴마크 명품가전 뱅앤올룹슨 "홈시어터가 9000만원?"
최고 사운드, 100% 현지 수공업 생산으로 하이엔드 시장 구축


[아시아경제 우경희 기자]'명품'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는 잘 아시는대로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입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주위의 이른바 '명품'들은 여기에 '깜짝 놀랄만큼 높은 가격'이라는 덕목도 들어가야만 의미가 충족되는 듯 합니다. 물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아무나 가질 수 없습니다. '책정된 가격이 터무니없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들 보다는 '이정도 성능이면 이 가격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요 소비계층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제품들을 '하이엔드(highend)'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디오의 명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 B&O)'을 꼽기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로열코펜하겐, 레고 등과 함께 덴마크 3대 기업 중 하나인 뱅앤올룹슨은 OEM 없는 100% 덴마크 순수 수작업 제작을 통한 탁월한 성능, 소량 제작과 초고가 전략을 바탕으로 한 상위 1% 공략 등을 바탕으로 오디오 업계의 명품이 됐습니다. 1972년부터 뉴욕 현대미술관에 제품이 '설치'된 것이 아니라 '전시'됐습니다. 역시 명품으로 꼽히는 삼성 휴대폰에는 ICM 파워앰프를 납품하고 있으며 명차인 애스턴마틴과 아우디 등에는 카오디오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위상입니다.


보통은 스피커나 헤드셋 등을 많이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뱅앤올룹슨은 우리나라에서 평판 TV를 포함한 홈시어터는 물론 전화기와 라디오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소리와 관련된 모든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이 홈시어터 한 세트를 장만하기 위해서는 1억원에 가까운 돈이 듭니다. 서울의 집값은 '명품' 가격만큼 터무니없으니 차치하고라도 지방도시에서는 왠만한 아파트 한 채를 쉽게 살 수 있는 돈입니다.

▲TV 한대 4000만원, 벽에 기댄 예술작품 BeoVision 9=뱅앤올룹슨의 초고가 TV BeoVision 9은 50인치 풀HD PDP TV로 대당 가격이 3930만원입니다. 뱅앤올룹슨이 특허를 낸 'Automatic Colour Management(자동 컬러 관리)' 기능이 내장돼있는데, TV를 켜면 알루미늄 프레임의 상단 뒤쪽에 고정된 짧은 로봇 팔(robot arm)이 스크린 아래쪽으로 내려옵니다. 로봇 팔의 맨 끝에는 카메라가 달려있어 스크린을 촬영해 화면의 색 온도(color temperature)를 측정, 분석하고 색상에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자체 수정합니다. 수천시간이 지난 후에도 일관된 색상이 표현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로봇 팔은 보통 100시간 마다 한 차례씩 색상을 검사합니다. SF영화에나 나올 법 한 기술입니다.


디자인은 정말 독특합니다. 최근 평판TV들이 화면 제품 전면을 모두 화면으로 채우는 것과 달리 정면의 상단 절반은 화면, 하단 절반은 전면스피커로 채웠습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평판TV 디자인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약간 이질감을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나 디자인에서부터 선명한 화질 못지 않은 완벽한 사운드를 추구하고 있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화면과 스피커 사이에 불쑥 나온 어쿠스틱 렌즈를 통해 사운드를 일관되게 수평 전달해주고 소리가 왜곡될 수 있는 잔향반사도 줄여줍니다.


최근 일반적인 추세의 벽걸이가 아닌 비스듬히 세운 디자인을 채택한 것도 이채롭습니다. "벽에 기댄 그림 액자같은' 디자인 컨셉은 수석 디자이너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의 작품이라고 하네요. 한 유명 갤러리를 방문한 루이스는 전시회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벽에 잠시 기대 세워진 그림들을 봤습니다. 감상용 작품이라면 무조건 벽에 걸어 놓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그림을 벽에 기대어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리고 BeoVisioon 9의 벽에 기대 세운 듯 한 디자인이 태어났습니다.


▲뱅앤올룹슨의 정수, 공간을 스스로 파악하는 스피커=뱅앤올룹슨 BeoLab 5는 1쌍 가격이 무려 3320만원입니다. 뱅앤올룹슨 내에서도 최고가지만 또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스피커가 작동되면 하단에서 움직이는 마이크가 자동으로 나와 음파를 분석합니다. 공간의 크기, 공간 내 사람들과 가구의 위치, 심지어 디스플레이된 소품들의 재질까지도 파악해 공간에 맞는 최적의 사운드를 재현한다는 것이 뱅앤올룹슨의 설명입니다. 음의 굴절은 자연음에 가깝도록 설정해 메인 오디오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악기가 연주하는 원래의 소리와 똑같은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리어스피커 중에서는 '스피커의 작은 거인'이라 불리는 BeoLab 3(베오랩 3)가 대표 제품입니다. 1쌍에 760만원으로 가로 14cm, 세로 23cm로 A4 용지 한 장이 채 안 되는 작은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최대 출력은 무려 250와트에 달합니다. 받침대를 이용해 벽 또는 천장 코너에 부착하거나 2가지 높이의 알루미늄 스탠드로 바닥이나 선반에 놓을 수 있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제격입니다.


▲DVD 플레이어와 맞춤형 리모콘으로 홈시어터 시스템 완성=CD 플레이어 기능 이외에 DVD, MP3, 라디오가 하나로 되어 있는 BeoCenter 2의 가격은 814만원입니다. 'load' 버튼을 누르면 날개 모양의 두 개의 알루미늄 도어가 열리고 CD와 DVD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열립니다. 'play' 버튼을 누르면 날개 모양의 도어가 닫히고 영상과 음향이 재생됩니다. 꼭 풍뎅이가 날개를 펴고 접는 듯 한 디자인입니다.


터치 리모컨 Beo5는 집 안의 곳곳에 설치된 모든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첨단 리모콘입니다. 총 24개의 Zone을 지정해 이쪽 방에서는 오디오를, 거실에서는 TV를 한 개의 리모콘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조명, 커튼, 에어컨, 난방 제품, 도어까지 호환이 된다고 하네요. 가격은 95만원입니다.


▲그 밖의 초고가 제품들은...=휴대용 라디오인 BeoSound 3의 가격은 124만원이며 A8이어폰(26만원)이 포함된 MP3 플레이어 BeoSuond 6의 가격은 98만원입니다.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헤드셋 EarSet 2 블루투스의 가격은 56만원이며, 유선으로 연결되는 헤드셋 EarSet 1 모바일은 27만원입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출연했던 전화기 BeoCom 2는 독특한 디자인은 물론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일품입니다. 덴마크 작곡가가 직접 작곡한 벨소리 역시 듣는이의 귀를 잡아 끄는데요, 판매가격은 179만원입니다.


▲초고가 가전제품, 시장성은 얼마나?=삼성전자와 LG전자도 초고가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수천대를 판매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내놨던 70인치 LED TV의 가격은 뱅앤올룹슨에 못지 않은 5900만원이었습니다. LG전자가 내놓은 초창기 71인치 PDP TV는 금장으로 화려하게 장식한만큼 8000만원의 가격이 책정됐지만 중동 부호들을 중심으로 무려 1000대 이상이 판매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일반적인 경우라고 보기 어렵겠지요. 특히 1억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뱅앤올룹슨의 홈시어터는 소니나 삼성전자 등의 홈시어터가 최대 1000만원 안팎의 가격이면 한 세트의 홈시어터를 너끈히 장만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서민들에게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집 한채 가격을 주고 홈시어터를 장만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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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이엔드 시장을 꼭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닙니다. 고객의 집에 직접 찾아 제품을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홈데모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뱅앤올룹슨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은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제품 구입을 결정하기 전에 수 차례 직접 찾아 뱅앤올룹슨과 어울리는 가구나 벽지, 카페트 까지 컨설팅해주는 서비스는 실제로 명품 답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덴마크 회사가 멀리 우리나라까지 와서 수천만원짜리 홈시어터를 잔뜩 판매한다고 해서 속쓰리게 생각할 일도 아닙니다. 덴마크에도 뱅앤올룹슨 TV를 보는 가정보다는 삼성전자나 LG전자의 평판TV를 거실에 걸어둔 가정이 훨씬 많을테니까요.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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