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용 금융감독원 중소서민금융업서비스본부장

오늘날 현금처럼 사용되는 신용카드는 작은 불편이 위대한 발견을 가져온 유레카(Eureka)의 한 사례로 꼽힌다.



우리는 신용카드 한 장으로 필요한 때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고 현금을 빌릴 수도 있다. 이러한 신용카드는 미국의 사업가였던 프랑크 맥나마라(Frank X. McNamara)가 지갑을 호텔에 두고 와 레스토랑에서 식사대금을 결제하지 못했던 불편함에 착안해 친구였던 변호사 랄프 쉬나이더(Ralph Schneider)와 1949년 설립했던 다이너스 클럽(Diners Club)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있던 자신의 사무실 인근의 식당을 최초의 가맹점으로 하여 시작된 신용카드 사업은 그동안 미국을 신용카드 산업의 선진국으로 만들어놓았다.



미국은 발급된 카드 수가 13억장을 넘을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이용액 기준으로 세계 시장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매년 13% 이상의 성장을 기록해 신용카드 산업에 있어 메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출장이나 사업을 하러 가는 사람에게 미국의 한 전문계(Travel & Entertainment) 카드는 신분의 상징으로 비춰지기도 해 소득수준과 신분이 높은 사람만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을 신용카드 산업의 모델로 여겨왔다. 미국의 신용카드산업은 비핵심적인 부문의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의 효율적 관리와 우수한 마케팅 능력, 그리고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높은 수익을 실현해 왔으며 미국의 소비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 왔다.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와 같은 카드네트워크 회사는 세계적으로 시장 지배적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몇 차례 굴곡이 있었다. 1970년대를 전후해 미국의 카드사들은 과도한 카드발급 경쟁으로 심지어 어린이나 애견 이름으로도 신용카드를 발급(Mass Mailing of Unsolicited Credit Cards)했으며 고금리와 과도한 채권회수 독촉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1990년대에는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그러나 금융 역사도 반복되는 것일까. 최근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이어 신용카드 부실 문제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신용카드를 이용한 소비생활에 익숙한 미국의 소비자들은 금융위기로 인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신용카드 대손율과 실업률은 이제 10%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신용카드 부실이 심화되면서 은행뿐만 아니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의 전업카드사들도 모두 공적자금으로 자본을 확충했다.



한편 미국의 카드사들은 부실이 심화되자 회원 수수료율을 인상하고 카드이용한도와 부가서비스를 축소시켰다. 이렇게 되자 의회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카드사들에 대한 각종 규제 법안을 발의했으며 지난 5월22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신용카드 개혁법안'(the Credit Card Accountability, Responsibility and Disclosure Act)은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의 끝을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 법안이 회원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개인 소비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을 전후해 신용카드 사태를 겪으면서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위기를 겪은 카드사들은 이제 회원자격을 엄격히 심사하고 이용한도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길거리 모집으로 대변됐던 과도한 회원모집경쟁을 자제하고 리스크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경영목표로 삼았다.



또한 향후 닥칠지 모를 경기 악화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실히 적립함으로써 현재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미국의 카드시장을 바라보면서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기 침체로 인해 아직까지 가계의 채무상환능력과 고용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카드산업의 건전성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또한 경제활동인구 1인당 보유 카드 수가 4장을 넘는 가운데 CMA신용카드 회원모집을 둘러싼 과열경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등 제반 시장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금융 산업의 쏠림현상(herding behavior)은 언제나 부작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므로 카드사태의 교훈을 토대로 카드사는 리스크를 잘 관리해 오늘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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