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後) 폭풍이 더 무섭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난 후 회사에 남게된 '생존자'들의 혼란이 기업을 위협할만한 '후폭풍'으로 되돌아 올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사고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불안감을 가리키는 '생존자 증후군'. 그러나 최근에는 구조조정 바람속에서 살아남은 해당기업 직원들 역시 생존자병, 황무지화 현상에 시달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지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구조조정 생존자들은 3단계에 거쳐서 황폐화 된다고 설명했다.
1단계는 동료의 정리해고를 도와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이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따른 '정신적 혼돈기'다.
두려움과 불안, 죄의식 등의 감정이 공존하며 소문에 민감해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크게 저하된다.
2단계는 정신적 억압기 또는 놀라운 적응기. 상사의 지시에 순응하며 감봉이나 휴가반납 까지 감수하며 열심히 일을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일을 시키기 편해졌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사실 폭발 직전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정신의 황무지화다. 희망과 열정, 전망이 없을 뿐 아니라 실직의 공포감도 느끼지 못한다. 동료가 추가로 해고당해도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자포자기, 정신적 마비 현상이 나타나는 단계다.
그렇다면 이 같은 단계를 겪게되는 조직은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까.
가장 먼저 조직의 아노미 현상이 발생한다. 개인의 가치관이나 조직의 뿌리가 흔들리고 처세술만 만연하게 된다. 또한 업무의욕을 상실하고 복지부동, 보신주의가 확산된다. 결국 혁신적인 업무에는 아무도 나서지 않고 시키는 일만 하는 정적인 조직이 되는 셈이다.
이밖에 조직원들이 자신의 입지와 단기성과에만 치중하는 조직 기능부전과 조직이 가지고 있던 역량, 지식, 네트워크가 소멸돼 버리는 조직 기억상실증 등이 발생한다.
정 연구원은 이 같은 생존자 증후군을 줄이기 위해 기업은 의사소통 채널을 확장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회사의 구체적인 상황을 전달하고 고충을 경청해야 한다"면서 "정리해고 과정에서도 공정함을 유지하고 직원을 배려하기 위해 회사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조조정은 경영자에게도 고통이지만 생존자 증후군 시달리는 조직원 또한 챙기는 것이 경영자들의 사명"이라면서 "구조조정은 그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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