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과 관련, 일본 언론들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이 막강한 권력이 집중돼 있는 한국의 정치 시스템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 신문을 비롯한 일본의 유력 일간지들은 24일, 노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자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사설을 통해 한국 전직 대통령을 둘러싼 끊임없는 비극의 배경 등을 설명했다.

이들 신문들은 5년 임기의 대통령제 하에서 청와대에 모든 권력이 집중됨에 따라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들이 혈연과 지연, 학연 등을 들먹이며 접근해 대통령은 물론 가족과 주변 인물들까지 부정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요미우리 신문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은 한국 '정치문화'의 소산"이라며 "대통령에게 막대한 권력이 집중되는 시스템 아래,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세력이 지연, 혈연을 이용해 대통령 주변에 접근해 가족과 측근들까지 비리를 저지르는 추태가 역대정권에서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청렴결백을 표방한 좌파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면서 "이러한 문화를 어디까지 시정할 수 있을지가 이명박 정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도 가족이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남게 됐다고 신문은 안타까워했다.

아사히신문도 같은날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이 한국 국민에 대해 지금까지 이상으로 깊은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전했다. 인권변호사로서 청렴결백하다고 여겨졌던 그가 전두환, 노태우 양 전 대통령과 같이 부패대통령이라는 인식으로 깊은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은 그의 죽음을 정계 대립의 불씨로 삼을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일궈온 민주화를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룬만큼 정치 안정의 밑거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 주변에서 드러난 불법자금 의혹은 막강한 권력을 지닌 대통령, 청와대를 둘러싼 경제 이권의 암부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시사하고 있다면서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자신이 주장했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얼마나 큰 지를 상징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이와 함께 신문은 1980년대까지 군사정권하에서는 대기업이 대통령에게 거액의 자금을 제공하고, 그것을 담보로 인허가나 금융기관 대출 등에서 편의를 도모했다면서, 정관유착 관계가 해외의 불신과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해 1997년 외환위기를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문은 "이런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로서 노동문제나 민주화 운동에 나섰던 경험을 살려 기존의 이권 구조와는 거리를 둠으로써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경제를 투명하게 하는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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