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경제 전망과 달리 러시아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보여 주목된다. 연초 이후 가파른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데다 최근 유가 상승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수차례 하향 조정했고, 4월 산업생산이 17%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주가 랠리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을 포함한 주요 이머징마켓이 글로벌 경제의 바닥 통과에 대한 기대로 오름세를 보였지만 상승폭은 러시아가 가장 컸다. 러시아 증시의 미섹스 지수는 지난 22일(현지시간) 1054.03으로 마감, 2% 가까이 상승했고, 지난해 10월27일 저점 대비 무려 105%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메릴린치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율리아 체플라예바는 “투자자들이 러시아 증시 투자를 결정할 때 거시경제 지표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으레 러시아 주가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6%로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유가 상승이라는 호재와 낙폭과대에 따른 반등에 기대를 걸고 ‘사자’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화이어버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파트너인 이안 헤이그는 “동유럽이 와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지만 증시는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며 “늘 현실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만큼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러시아 증시 비중을 줄였다가 올해 2월 재매수 했다고 전했다.
투자가들은 당분간 러시아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 움직임이 국제 유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데다 장기 투자자금의 비중이 낮다는 지적이다. 정치적인 불안도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러시아 증시는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이후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현지 증권사인 르네상스 캐피탈에 따르면 러시아 증시는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상승률 최고 5위권과 하락률 최고 5위권을 반복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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