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칼럼] '어디는 덮고 어디는 들춘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검찰 수사가 어디로 튈지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뒤숭숭하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계좌에 거액이 입금됐다는 의혹에 이어 형 노건평씨 사위에게도 500만 달러가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돈의 성격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맞춰졌던 수사망이 친인척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선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박연차 의혹'은 도덕성을 최대 무기로 삼아 오던 참여정부를 일시에 무너트리며 여야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 회장의 로비의혹은 지난해 7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촉발됐다. 태광실업과 정산개발을 조사한 국세청은 박 회장을 거액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박 회장은 고발 17일 만에 세금 포탈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다. 그 때만해도 박연차리스트가 이렇게 대형 태풍을 변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불과 3개월여 만에 구 여권인사인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송은복 전 김해시장,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여러 차례 사정의 칼날을 비켜갔던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이 줄줄이 구속되고 친노그룹 핵심인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소환조사를 받았다.


여권에서는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긴급 체포되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전격 조사를 받았다. 이들 정치인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 법원ㆍ검찰ㆍ경찰ㆍ국세청 간부, 지방자치단체장, 기업인에 이르기까지 박연차씨의 검은 돈이 흘러가지 않은 곳이 없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부패 비리사슬인 셈이다. 특히 박 회장의 연고지인 경남ㆍ부산의 정치인들은 몇 명을 제외하고 박연차리스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긴장을 더해주고 있다.

민주당은 그러나 비리 몸통은 젖혀 두고 깃털만 손보는 부실수사, 야권에만 집중하는 편파수사, 정치적 의도를 갖고 보복하기 위한 기획수사 의혹이 있다며 정치권의 초특급 실세 연루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고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부패의 중심에 서있는 정당이 되레 큰 소리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일부 정황들이 민주당 주장을 흘러듣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구석도 있다.


벌써부터 지난 정권과 현 정권 인사의 수사 속도와 강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구색 갖추기 수사를 하고 있으며 검찰 관계자가 '불법 정치자금 구속영장 청구 기준을 1억원으로 한다'고 말한 것도 '여당의원 구하기'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지난해 6월 공직자가 3000만원이상 뇌물을 받으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처리 기준을 발표했다.

AD

또 박연차씨와 박진 의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 천 회장은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소위 '박연차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박 회장이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값으로 인수한 뒤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등 돈독한 인연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 회장은 또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기로 지난 대선기간에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아 동문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냈고 대선 직전에는 이 대통령이 낸 특별당비 30억원을 빌려주는 등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검찰 스스로 '수사 대상을 가리지 않고 갈 데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 박연차리스트는 '어디는 덮고 어디까지 까발린다'는 선은 이미 넘어섰다. 얼마나 더 많은 인사가 불거질지 모르지만 최소한 한번이라도 거론된 인사들에 대한 의혹은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 '죽은 권력'과 '살아있는 권력' 여부를 떠난 성역 없는 수사만이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 할 수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