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순간 과감한 결단
후배들 위해 용퇴 결정

1999년 2월 당시 신한은행의 라응찬 행장은 임기를 1년 앞두고 후배들을 위해 용퇴를 결정했고, 이인호 당시 전무에게 은행장의 바통을 넘겼다. 이제 신한금융지주의 이 사장은 본인이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김으로써 '진정한 세대교체'의 모습을 다시 한번 만들었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용퇴를 결심하고 명예롭게 퇴진하는 그는 대한민국 금융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가장 존경 받는 금융인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 사장은 이임사를 통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현재 대내외 환경이 그 어느 때 보다 어렵고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힘과 뜻을 모아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한금융그룹을 고객과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신의 얼굴을 빛나게 하기 보다는 조직을 위해 헌신하며 늘 묵묵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금융인 외길 인생을 걸어왔던 그는, 후배들에게 금융인으로서의 목표이자 닮고 싶은 지향점이 돼왔다.
 
이 사장은 정통 금융인답게 원칙에 철두철미하고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는 누구보다 과감한 결단력으로 변화를 선도했다. 평상시에는 조용한 관리자지만 중요한 시점에선 결단력있는 전략가이자 혁신가였다.
 
원칙과 기본에 철저해 늘 조직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해 왔으며, 유연한 전략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신한금융그룹이 어려움에 닥쳤을 때마다 이를 극복하는 구원투수의 역할을 해왔다.
 
이인호 사장이 은행장에 취임했던 1999년은 국내 경제가 IMF 구제금융의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을 때였다. 국내 금융기관들에게 한 푼이 급했던 상황에서 이인호 당시 행장은 GDR(Global Depositary Receipts : 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의 성공을 진두지휘해 신한은행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물꼬를 텄다.
 
신한은행을 반석위에 올려놓은 그는 2003년 신한은행 부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었으나, 신한은행이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눈 앞에 두고 있던 2005년의 긴박한 순간에, 신한지주 사장으로 다시 한번 구원투수의 역할을 하게 됐다.
 
당시 조흥은행 직원들은 통합 이후의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품으며 부정적인 기류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 이 사장은 본인이 직접 몸을 던져 조흥은행 직원들을 설득하고, 수없이 진행된 양행 직원들의 합동연수에도 같이 참여해 진솔하고 진지하게 통합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이 사장은 '파벌과 청탁'을 배격하는 대표적 경영인이다. 또한 공과 사의 구분이 엄격하며, 금융인으로서의 정도를 걷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많은 고위 금융인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중도 하차한 경험이 적지 않았던 한국의 금융역사에서 40년 넘는 금융인으로서의 시간을 올곧게 지켜온 이인호 사장의 모습이 더욱 커 보이는 이유다.
 
그는 이제 조직을 위한 마지막 헌신을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나름대로 신한금융그룹을 위한 본인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도 할만큼 다했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정이다. 오랜 시간 동안 조직을 위한 임무에 매여 있었던 그는 이제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될 기대도 할만하다.
 
수많은 시간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하고, 조직을 위한 임무를 완수한 이 사장의 떠나는 뒷모습이 당당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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