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롯데타운 명동 페스티벌 현장
'K데일리케이션' 앞세운 롯데
판매공간 넘어 '플랫폼'으로 진화

"이거 현장 예약 대기 줄 맞나요?"


15일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7번 출구 앞은 200명에 가까운 인파가 긴 대기줄을 형성했다. 행사 시작까지는 1시간 넘게 남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이미 축제에 가까웠다.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가 뒤섞여 들렸고 캐리어를 끈 외국인 관광객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15일 행사 시작시간인 10시 30분보다 훨씬 이른 9시께부터 현장 예약을 하기 위한 긴 대기줄이 형성됐다. 권재희 기자

15일 행사 시작시간인 10시 30분보다 훨씬 이른 9시께부터 현장 예약을 하기 위한 긴 대기줄이 형성됐다. 권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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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이날부터 '2026 롯데타운 명동 페스티벌'을 시작했다. 올해 행사의 핵심 콘텐츠는 'K 방 탈출 게임'. 사전 예약은 오픈 5분만에 마감됐다. 현장 예약을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몰리며 행사 시작 전부터 긴 줄이 형성됐다.


행사장은 과거 유니클로 매장이 있던 공간을 활용해 꾸며졌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한약방 사우나' 콘셉트의 방 탈출 공간이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나무 락커와 한약장, 욕탕 오브제들이 배치돼 마치 실제 찜질방이나 목욕탕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다.

참가자들은 방마다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며 다음 공간으로 이동한다. 설화수 공간에서는 욕탕 물을 채우는 미션을, 이미스 공간에서는 락커 비밀번호를 푸는 미션을 수행하는 식이다. 모바일 게임 '운빨존많겜' 콘셉트 공간에서는 사라진 영웅을 찾기 위한 암호 풀이가 이어졌다.

2호선 을지로입구역 7번출구로 나오자마자 대형 풍선과 구조물이 행사공간임을 쉽게 알수 있도록 꾸며졌다. 권재희 기자

2호선 을지로입구역 7번출구로 나오자마자 대형 풍선과 구조물이 행사공간임을 쉽게 알수 있도록 꾸며졌다. 권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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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게임' 보다도 행사 전체를 관통하는 동선이었다. 행사 공간은 자연스럽게 롯데백화점 본점과 면세점 방향으로 이어졌다. 행사공간을 빠져나오면 롯데홈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면세점·롯데호텔 등 그룹 계열사 부스들이 길게 이어졌고, 이 부스를 따라 이동하면 을지로입구역 8번 출구와 연결된다. 다시 지하로 내려가면 역과 연결되는 백화점 공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방 탈출 게임을 체험하던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백화점과 면세점, 호텔 동선으로 흩어지는 셈이다.백화점이라는 공간을 넘어 명동 전체를 하나의 체험형 플랫폼처럼 엮겠다는 전략이 읽혔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로 'K 데일리케이션(K-Dailycation)'을 제시했다. 나유빈 롯데백화점 리테일 엔터테인먼트팀 기획 운영 담당 리더는 "한국인들의 일상 자체를 관광 콘텐츠로 소비하려는 외국인들의 수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목욕탕 컨셉으로 꾸며진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팝업 공간. 이 곳에서 참가자들이 욕탕에 물을 채우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권재희 기자.

한국의 목욕탕 컨셉으로 꾸며진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팝업 공간. 이 곳에서 참가자들이 욕탕에 물을 채우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권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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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과 사우나, 한약방 컨셉의 을지로 감성 카페 등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일상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체험형 콘텐츠로 재가공한 것이다. 을지로 유명 카페 '커피한약방' 팝업이 행사장 안에 들어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사에 참여한 브랜드 선정에도 이같은 전략이 반영됐다. 설화수는 한국식 목욕 문화와 연결된 욕실 공간을, 이미스는 한국 패션 브랜드 감성을 담은 락커룸 공간으로 구현했다. 외국인들에게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모은 것이 아니라 '한국적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롯데 측은 백화점을 다양한 브랜드와 콘텐츠를 연결하는 '유통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매출은 약 40% 증가했고,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 역시 글로벌 MZ 고객 유입 효과를 봤다.


롯데타운 명동 페스티벌의 시작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엔데믹 이후 침체된 명동 상권을 살리기 위해 서울시와 롯데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2023년과 2024년에는 명동 일대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고, 이후 2025년부터는 롯데가 단독으로 행사를 이어나가면서 이례적으로 성수에서 개최한 바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방문객만 100만명에 달한다.


'K데일리케이션'컨셉으로 한약방 및 사우나 컨셉으로 꾸며진 '2026 롯데타운 명동 페스티벌' 방탈출 공간. 권재희 기자

'K데일리케이션'컨셉으로 한약방 및 사우나 컨셉으로 꾸며진 '2026 롯데타운 명동 페스티벌' 방탈출 공간. 권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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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화점들이 '체류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쇼핑뿐 아니라 놀고, 경험하고, 인증하는 공간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요코(31) 씨는 "한국 방문만 벌써 3번째인데 예전엔 쇼핑만 했다면 이런 체험형 행사는 처음"이라며 "한국 여행 오기 전에 SNS에서 'K찜질방 문화' 영상 많이 봤는데, 방탈출이랑 섞여 있어서 더 재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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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인파가 더 늘어났고, 인근 직장인들도 들리는 등 활기를 띠었다. 30대 직장인 한 모 씨는 "명동이 예전엔 좀 죽은 느낌이었는데 최근에는 다시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체감된다"며 "특히 과거에는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 위주였다면 요즘에는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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