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
5중 차단 기술로 안전 강화
IT 기술 접목…UAE·남아공 등 관심
원전산업 지속가능성 확보 의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표층처분 시설 전경. 강희종기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표층처분 시설 전경. 강희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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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경북 경주 문무대왕면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전망대에 오르니 이날 준공한 2단계 표층처분시설이 한눈에 들어왔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표층처분시설은 상대적으로 방사능 농도가 낮은 저준위 이하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한 시설이다. 지표면에 가까운 깊이에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고 방폐물을 저장한다.

저준위 방폐물은 장갑, 방호복 등 방사성 농도가 비교적 낮은 폐기물을 말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한전원자력연료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표층처분시설에는 각각 가로세로 20m, 높이 10m의 처분고 20개가 세워졌다. 각 처분고의 콘크리트 방벽 두께는 60㎝. 전체적으로 7.0 규모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각 처분고에는 200ℓ 용량 드럼 6300개를 저장할 수 있다. 20개의 처분고를 합치면 모두 12만5000개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표층처분시설 처분고에 설치된 이동형크레인쉘터(MCS)와 방폐물 전용 트럭의 모습. 강희종기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표층처분시설 처분고에 설치된 이동형크레인쉘터(MCS)와 방폐물 전용 트럭의 모습. 강희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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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층처분시설에는 비를 막을 수 있도록 덮개가 있는 이동형 크레인 쉘터(MCS) 2개가 설치돼 있다. 방폐물이 실린 전용 트럭이 도착하면 크레인이 자동으로 이동하며 처분고에 드럼을 쌓게 된다. 드럼 1개 단을 쌓으면 빈 공간을 콘크리트로 뒷채움(그라우트)하고 처분고가 가득 차면 상부에 슬래브를 설치해 밀봉한다.

이렇게 20개의 처분고가 모두 채워지면 마지막으로 처분 덮개로 덮어 관리한다. 커다란 봉분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후 300년의 제도적 관리기간 동안 방사능 유출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표층처분시설은 암반-방폐물 드럼-뒷채움-처분고-덮개 등 5중 차단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경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시공관리팀장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원전 해체 계획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약 20~25년 후에는 표층처분시설이 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원자력환경공단 표층처분시설 현황. 원자력환경공단

원자력환경공단 표층처분시설 현황. 원자력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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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고가 빗물 등에 젖어 생기는 침출수는 배관을 통해 지하 저장탱크에 모인다. 이곳에서 방사능 수치, 핵종 등을 검사한 후 배수하게 된다. 표층처분시설 주변에는 산불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8개의 수막 타워도 설치됐다. 화재가 발생하면 수막 타워가 물을 살포해 불이 처분시설로 번지지 않도록 막는다.


표층형 처분시설이 준공되면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6번째로 동굴형과 표층형 처분시설 모두를 갖출 수 있게 됐다. 같은 부지 내에 두 시설을 모두 운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사진 중앙 왼쪽)과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사진 중앙 오른쪽)과 주요 내빈들이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기념 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5.13.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사진 중앙 왼쪽)과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사진 중앙 오른쪽)과 주요 내빈들이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기념 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5.13. 한국원자력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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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준공식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원전 업계 관계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남아공 이외에도 UAE, 대만, 베트남 등 아직 방폐장을 건설하지 못한 원전 운영 국가들이 한국의 앞선 방폐장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은 "동굴처분시설과 표층처분시설을 한 부지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은 우리가 선도적"이라며 "정보기술(IT) 기술을 활용해 처분시설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해외에서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돈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안전성 중심의 설계와 운영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에 대해 여러 국가가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GPS를 이용한 방폐물 추적관리시스템(WTS), 방페물관리통합운영플랫폼(K-Oasis)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표층처분시설의 준공은 원전 후행 주기를 완성함을써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했다는 점에서도 워의미가 크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2015년 준공한 1단계 동굴형 처분시설에 중준위와 저준위 방폐물을 모두 처분해왔다. 저준위 방폐물을 1조54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동굴형 처분시설에 처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용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우리나라 동굴처분시설에 대해 해외에서는 "노숙자를 위해 호텔을 지어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표층형 처분시설 건설에는 약 3100억원이 들었다.

[르포]"원전 건설 이어 K방폐장도 수출한다"…해외서도 러브콜 원본보기 아이콘

동굴형 처분시설의 처분 용량은 10만 드럼 규모로, 올해 5월 기준 3만7700드럼을 처분해 37.7%의 포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방폐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준위 방폐물을 표층처분시설에 저장하게 되면 국내 발생하는 중준위 방폐물을 동굴처분시설에서 충분히 처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경환 팀장은 "현재 기준으로 향후 발생할 중준위 방폐물의 규모는 약 6만 드럼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약 16만 드럼 규모의 극저준위 방폐물을 처분할 수 있는 3단계 매립형 처분시설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2031년 준공 예정된 3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 국내 중저준위 방폐장의 처분 능력은 38만5000드럼 규모로 확대된다.


표층형 처분시설이 준공되면서 방폐물의 처분 능력도 늘어나게 됐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현재 약 4000드럼 수준의 인수·처분 능력을 2030년까지 8000드럼, 2050년에 1만2000드럼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 방폐장 처분시설 조감도. 원자력환경공단

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 방폐장 처분시설 조감도. 원자력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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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준위 방페물 처분시설 부지는 총 206만㎡에 달한다. 향후 원전이 확대될 경우 4단계, 5단계 사업을 통해 총 80만 드럼까지 방폐물을 처분할 수 있는 규모다. 공단은 향후 저준위 폐기물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날 준공한 표층처분시설 바로 옆에 동일한 규모의 예비 부지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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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준위 방폐장의 안전한 운영은 앞으로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2015년 이후 11년간 한번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원주 실장은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 부지 선정 현안은 지역 주민들과 소통과 협의를 통해 풀어나갈 계획"이라며 "중저준위 처분 시설의 성과가 그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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